中 전기버스 부품 공급 아모그린텍…CPI 필름원료 국산화 아이티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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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생태계 새판 짜기 (하)첨단소재 생산 중소기업인 아모그린텍은 지난해 6월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핵심 부품 공급업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전기차 핵심 부품 중 하나인 고효율 자성부품(에너지 변환 효율을 높이는 부품)을 납품하기로 한 것. 기존 회로는 전기 100을 충전하면 90만 사용할 수 있지만 아모그린텍의 부품을 적용하면 효율이 98까지 높아진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글로벌 강소기업 향해 뛴다
日 수출규제 뚫는 '영창케미칼'
계기용 변성기 제조 '동우전기'
PCB 장비 국산화 '기가비스'
최근엔 중국 BYD 전기버스에도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송용설 아모그린텍 대표는 “일본 히타치, 독일 베큠슈멜츠에 이어 글로벌 3대 고효율 자성부품 제조사로 우뚝 섰다”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5% 수준이지만 2025년까지 20%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국내 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소기업들이 일본 기업이 점유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기초화학 소재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 부품을 국산화해 미래 먹거리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금지로 애를 먹었던 품목군을 국산화한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소재부품 국산화에 시동 건 중소기업들
아이티켐은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강소기업 중 하나다. 지난 6월 접거나 구부려도 자국이 생기지 않는 필름인 컬러리스 폴리이미드(CPI) 필름의 핵심 원료 두 종(6-FDA·TFMB)을 처음 국산화했다. CPI 필름은 7월 일본이 수출규제를 단행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 중 하나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일종이다. 주로 폴더블 스마트폰에 적용된다. 지금까지는 일본 CPI 필름 제조사인 스미토모는 물론 코오롱 SKC 등 국내 업체들도 일본 와카야마 세이키, 다이킨 등에서 이 핵심 원료를 들여와 제품을 만들었다.최호진 아이티켐 기술영업본부장은 “폴더블폰이 보편화되면 CPI 필름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며 “일본에 뒤지지 않는 제품력과 더 싼 단가를 내세워 글로벌 시장 점유율 80%를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영창케미칼 역시 일본의 대표적 수출규제 품목인 포토레지스트(반도체 감광액)를 국산화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포토레지스트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엔 세계 최고 수준인 110나노미터 ‘불화크립토(KrF) 광원용 포토레지스트’ 개발에 나섰다. 일본 JSR, TOK 등 굴지의 포토레지스트 회사도 130나노미터 제품 양산에 머무르고 있다. 이승현 영창케미칼 부사장은 “일본 기초 소재 회사들이 국내에 원료를 공급하는 것을 꺼려 직접 제품 설계·개발에 나섰다”며 “2024년까지 개발을 완료해 글로벌 포토레지스트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검사장비 글로벌 1위 넘본다”일본 기업이 장악한 계기용 변성기(건물 배전반 안에 설치돼 높은 전압을 낮게 바꿔주는 기기)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있다. 동우전기는 지난 5월 가스절연 개폐장치(GIS)에 들어가는 변성기를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지금까지 일본 제품만 구매해온 한국전력이 내년부터는 동우전기가 개발한 GIS 변성기 시범 사용에 나설 계획이다. 김평중 동우전기 대표는 “이번에 개발에 성공한 170kV용 GIS 변성기 외에도 345kV, 765kV까지 제품군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가비스는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 회로 검사장비(AOI)를 국산화한 기업이다. 이스라엘 오버텍, 일본 다이닛폰스크린(DNS)이 과점하던 시장에서 일본 업체를 밀어내고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70%까지 확대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10%까지 올렸다. 2년 전에는 반도체 PCB 회로 자동 수정장비(AOR)도 개발했다. 검사를 거쳐 불량으로 판정받은 PCB 회로를 정상 범주로 자동 수리하는 장비다. 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 퀄컴 등 글로벌 기업의 반도체 개발 로드맵에 맞춰 검사장비를 고도화해 글로벌 1위를 차지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심성미/나수지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