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후반작업 시간쫓겨 불가능미션 느낌…최고기술 자부"

공동연출 이해준·김병서 감독
"후반 작업 기간이 짧아 불가능한 미션에 도전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한국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기술력을 구현했다고 자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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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집어삼킬 백두산의 마지막 화산 폭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백두산'이 개봉 6일째 3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 순항 중이다.

최근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이해준, 김병서 감독은 "얼마 전까지 후반 작업을 해 실감 나지 않는다.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은 '나의 독재자'(2014), '김씨 표류기'(2009) 등을 연출했고, 김 감독은 '신과함께-죄와벌' 'PMC: 더 벙커' 등의 촬영을 담당했다.

이번에 공동 연출을 맡은 두 감독에게 영화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두 감독과 일문일답.
-- 둘이 함께 시나리오를 썼는데, 북한의 핵을 이용해 백두산 화산 폭발을 막는다는 구상은 어떻게 나왔나.

▲ 이) 백두산이 분화하면 남북 모두에 재난을 일으키는데, 그런 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찾아봤다.

실제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진행 중인 연구 중에는 슈퍼 화산의 분화를 막기 위한 냉각계획 등이 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있는 화산의 압력을 낮추기 위해 거대한 파이프를 심어 시추하는 계획도 연구 중이다.

그런 자료를 참고했고, 전문가에게 자문도 했다.

사실적 근거를 갖추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영화적 상상력이다.

상상력과 사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되, 상상력이 제약되지 않기를 바랐다.

-- 기존 재난 영화들과 차별점은.
▲ (이) 우리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차별화가 된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에게 익숙한 강남역과 잠수교 같은 공간을 찾아서 어렵게 촬영한 이유도 체험적인 경험이 됐으면 해서다.

강남역 장면은 남한 요원인 조인창(하정우) 시점에서 재난을 목도하는 느낌으로 속도감 있게 보여주려 했다.

일부는 강남역을 통제해서 촬영했고, 일부는 광양에 오픈세트를 지어 거대한 블루 매트를 설치해 찍었다.

이 시퀀스를 위해 10회 이상 촬영했다.
-- 후반 작업 기간이 촉박했는데.
▲ (김) 3개월 반에서 4개월 정도였는데, 불가능한 미션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덱스터를 비롯해 한국의 7개 VFX(시각 특수효과) 팀이 타이트한 시간에 최선을 다했다.

이 정도로 완성한 것은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기술력의 (최고) 좌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운드 역시 한국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기술력의 최대치를 보여줬다.

사운드가 꽉꽉 채워져서 재난이 사실감 있게 다가온 것 같다.

- 시각효과 수준을 '신과함께'와 비교한다면.
▲(김) '신과함께'에도 참여했는데, 두 작품은 출발부터가 다르다.

'신과함께'는 새로운 판타지 장르이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저승세계 비주얼을 담아낸 만큼 상상력과 표현력에 있어서 훨씬 관용이 있었다.

반면, '백두산'은 현실감, 물리감에 중점을 뒀다.

중력의 법칙을 무시할 수 없었고, 최대한 현실감 있게 재난의 형태들을 구현했다.

-- 남한의 조인창과 북한 요원 리준평(이병헌) 캐릭터는 어떻게 구축했나.

▲ (이) 조인창은 그가 의도하지 않는 상황에 놓이길 바랐다.

재난뿐만 아니라 곧 전역을 앞뒀는데 작전에 차출되는 것이나 단순히 미사일 몇 개만 해체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엄청난 미션을 받게 되는 상황도 그렇다.

그 과정에서 허둥대고 경황이 없다가 차츰 성장점을 딛고 나아가는 인물로 그리고자 했다.

리준평은 인창에게 재난보다 더 심각한 위기를 주는 인물로 작용하길 바랐다.

의중을 파악하기 어려운 의뭉스러운 인물이기에 저 사람의 진의는 무엇일까 하는 긴장감을 끝까지 주되, 종국에는 진심을 드러내는 캐릭터다.

이병헌과 하정우 캐스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염원했는데, 이뤄져 감사하다.

지질학자 강봉래 교수 역은 정보를 전달하면서 캐릭터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을 고민하던 차에 마동석 선배를 떠올렸다.

재난 영화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역할이다.
-- 전도연의 카메오 등장이 화제다.

▲ (김) 선화라는 인물은 잠깐 등장하지만, 리준평 여정의 동력이 되는 인물이어서 인상 깊게 남았으면 했다.

한 장면이지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고, 그러던 차에 전도연 선배님이 응해주셨다.

-- 북한에 북한군이 거의 보이지 않는 등 개연성에 관한 이야기 많이 나온다.

▲ (이) 북한은 화산재 너머로 보이는 '미스티'의 세계라고 생각했다.

북한군과 맞닥뜨리면 재난 영화가 아니라 군사 액션이 돼버리기에 우회로를 통해 가도록 했다.

-- 유머 분량이 많은 것 같다.

▲ (김) 영화가 퍽퍽하지 않기를 바랐다.

재난이라고 해서 매 순간 엄숙할 수만은 없지 않나.

편하게, 어둡지 않게 봤으면 했다.

-- 감독판 계획은.
▲ (김) 지금 상영 중인 버전이 감독판이다.

관객들 바람이 있어 다른 버전이 나오게 된다면 '확장판'일 것이다.

(배수지 분량이 많이 편집된 것 같다) 5명이 교차하다 보니 상황 전개상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어떤 장면은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더 힘을 받거나 긴장감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공동연출은 시너지가 있었나
▲ (김) '나의 독재자' '김씨 표류기' 때도 감독과 촬영 감독으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그래서 낯설지 않았다.

(이) 함께하니 외롭지 않았다.

물론 고통이 배가 되기도 했지만. (웃음) 모든 과정을 뚜렷하게 분담한 게 아니라 물처럼 협업했다.

다만, 컷은 둘이 동시에 외칠 수는 없어서 하루씩 번갈아 가면서 외쳤다. 앞으로도 협업을 해보고 싶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