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성지' 꿈꾸며…아레나 속속 들어선다

커버스토리

인천공항·서울 창동·고양 등
수년내 최대 5곳 생길 듯
서울 도봉구, 경기 고양시, 의정부시와 인천국제공항공사, CJ그룹 등 서울 및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이 관객 1만~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실내공연장인 아레나 건설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역 복합문화단지의 핵심 시설로서 2~4년 뒤 완공을 목표로 아레나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곳을 ‘K팝 공연 중심지’로 키워 한류팬과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목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미국 복합리조트기업 MGE와 함께 영종도 국제업무지구에 2022년 개장을 목표로 1만5000석 규모의 인스파이어아레나를 짓고 있다. 서울시와 도봉구는 창동역 인근에 1만8000석 규모의 서울아레나를 건립할 예정이다. 오는 8월 착공해 2024년 1월 개장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 1만1000석 규모의 아레나를 포함한 복합단지를 짓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의정부시는 부지 조성 작업 중인 산곡동 복합문화융합단지에 YG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2만 석 규모의 K팝 공연장 건립을 추진한다. CJ라이브시티는 세계 1위 공연장 운영기업인 미국 AEG와 손잡고 고양시 한류월드 부지에 CJ아레나(가칭)를 짓는다.

이들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돼 3~4년 뒤 수도권에 최대 다섯 곳의 아레나가 운영되면 국내 대중음악 공연 시장이 열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천수 CJ라이브시티 대표는 “국내에 아레나가 한 곳도 없어 주로 해외에서 이뤄지던 대형 K팝 라이브 공연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해외 한류 관광객이 증가하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상당한 경제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불붙는 아레나 개발…수도권에 5곳 생긴다구리~포천고속도로 동의정부IC 인근에 있는 경기 의정부시 산곡동 마을. 이곳에선 지난해 11월부터 65만㎡(약 20만 평)의 터를 닦는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의정부시가 포스코건설, 엠비엔홀딩스, 신세계 등과 손잡고 추진하는 복합문화융합단지 ‘리듬시티’를 위한 부지 조성 공사다. 핵심시설은 YG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할 2만 석 규모(2만3000㎡)의 K팝 공연장이다. 2021년 착공해 2023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을 추진한다.

아레나 효과…"K팝 공연 10배 늘고, 팝스타 '코리아 패싱' 사라질 것"

‘공연계 올림픽스타디움’으로 불리는 아레나 개발 경쟁이 본격적으로 달아올랐다. 아레나는 관객 1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고 최첨단 무대 시설을 갖춘 실내 공연장이다. 서울시와 의정부시, 고양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CJ,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기업들이 한국에는 아직 한 곳도 없는 아레나 건립 경쟁에 뛰어들었다. 최근 크게 늘어나는 K팝 가수와 해외 뮤지션들의 국내 대형 라이브 공연 수요를 겨냥해서다.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의 핵심시설로 들어서는 아레나를 ‘K팝 메카’로 조성해 한류팬과 관광객을 유치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한국 1호 아레나’ 타이틀 경쟁 본격화

‘한국 1호 아레나’ 타이틀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미국 복합리조트 운영기업 MGE가 인천공항 국제업무지구(IBC)-Ⅲ 지역에 짓는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유력하다. MGE가 100% 출자한 인스파이어는 1만5000석 규모의 아레나와 카지노 등을 짓는 복합리조트 공사를 지난해 5월 시작했다. 아레나는 2022년 6월께 개장할 예정이다.서울시와 도봉구, KDB인프라자산운용 컨소시엄은 창동역 인근 약 5만㎡ 부지에 1만8000석 규모의 ‘서울아레나’ 등 복합문화시설을 짓는다. 컨소시엄 운영부문 사업자로 카카오와 전앤코 등이 참여했다. 컨소시엄은 오는 9월 착공해 2024년 1월 개장한다는 목표다. 서울시는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34만㎡에 1만1000석 규모의 아레나 등 문화·상업·숙박시설을 짓는 잠실마이스복합개발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CJ그룹은 경기 고양시 장항동 한류월드 30만㎡ 부지에 1조8000억원을 들여 아레나와 테마파크, 호텔 등을 포함한 ‘라이브시티’를 조성할 계획이다. 세계 1위 아레나 운영업체인 미국 AEG와 공동으로 2만 석 규모의 아레나를 짓는다. 경기도의 사업 승인이 나는 대로 착공해 2024년 개장할 예정이다.

국내 K팝 대형 공연 가뭄 해소

국내 아레나 건립은 K팝 등 대중음악 공연계의 숙원사업이다. 인구 2000만 명 규모의 배후 도시를 갖춘 국가 중 아레나가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국내 대형 공연은 주로 올림픽체조경기장, 고척돔 등 체육시설 및 대학 부속 시설에서 열린다. 음향 환경과 무대 장비 여건이 아레나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롤링스톤스, 마돈나, 셀레나 고메즈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아시아투어에서 한국을 빼놓는 ‘코리아 패싱’이 빈발하는 이유다. K팝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대형 라이브 공연은 일본 등 해외에서 한다. 2016년 빅뱅 월드투어는 150만 명을 모았는데, 한국은 서울 3회 공연 3만9000명에 그쳤다. 정작 한국 팬들은 K팝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을 보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4~5년 뒤 수도권에 아레나가 두세 곳 운영되면 국내 대중음악 공연 시장이 지금보다 열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엔터테인먼트업계는 전망한다.

한 K팝 업체 관계자는 “K팝과 해외 스타들의 대형 공연이 연간 200회 이상으로 늘 수 있다”며 “지난해 10월 방탄소년단의 서울공연처럼 관객의 약 20%는 외국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당 경쟁에 따른 사업성 저하 우려도

해외 한류팬 유치 및 국내 공연 시장 발전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도 아레나 운영으로 기대되는 효과다. 김천수 CJ라이브시티 대표는 “CJ아레나(가칭)는 연간 120~130일 이상의 음악 공연을 비롯해 대형 이벤트를 열어 연간 180만 명을 모을 것”이라며 “공연장 운영에 따른 취업유발 효과가 2150명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MGE 관계자는 “K팝 공연과 함께 세계적인 스타들의 공연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 유치할 계획”이라며 “복합리조트가 개장하면 약 1만 명의 일자리와 5조8000억원의 생산효과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에 동시다발적으로 아레나 건립이 추진되는 것을 두고 과당 경쟁에 따른 사업성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아레나가 개장하면 공급 초과로 비싼 시설을 놀리는 상황이 초래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아레나사업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첨단시설을 갖추고 콘텐츠 유치 및 운영 경쟁력을 갖춘 곳만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곳은 적자사업을 꾸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대단위 프로젝트로 추진돼 당초 목표대로 개장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다른 아레나사업 관계자는 “대부분 건립 초기 단계로 자금 조달과 인허가 과정에서 벽에 부딪힐 수도 있다”며 “목표대로 개장해 시장을 선점하는 곳이 ‘K팝 성지’ 경쟁에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