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매출 줄어도 R&D 늘린 대기업, 정부는 규제 풀어 화답해야

대기업들이 매출이 줄고 있는데도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R&D를 공시하는 211개 기업의 투자는 올해 3분기까지 39조22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조9870억원(1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254조962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0.8% 감소했다. 외형 축소에도 R&D 투자를 늘린 것은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승부를 걸고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R&D 투자에서 선두를 달리는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누적치가 15조2877억원으로 작년 한 해 동안 투자한 15조4907억원에 육박했다. LG전자는 3조252억원으로 지난해 2조8978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삼성 LG 모두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신산업 R&D를 대폭 늘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네이버다. 지난해 4289억원을 R&D에 투자했던 네이버의 올해 3분기 누적치는 1조2477억원에 달했다. 네이버는 R&D 집약도(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에서 25.96%로 1위를 기록했다. 셀트리온(25.63%) 넷마블(20.48%) 한미약품(19.04%) 엔씨소프트(18.76%) 카카오(15.4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인공지능 게임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이다. 특히 네이버와 셀트리온은 포천이 지난해 선정한 ‘50대 유망 혁신기업’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중요한 것은 R&D가 후속 투자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R&D에 선행했지만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부터 R&D를 따라가는 추세로 가고 있다. 신산업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R&D가 후속 투자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가 투자 활성화로 경제를 살리겠다면 신산업 규제부터 확 풀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진국에서는 되는데 한국에서는 안 되는 신산업이 많아지면 투자에 이어 R&D까지 해외로 다 빠져나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