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이어 이탈리아도 디지털세 부과

美·유럽 무역갈등 커질 듯
이탈리아가 내년에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을 대상으로 이른바 ‘디지털세’를 받는 방안을 확정했다. 프랑스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디지털세를 놓고 미국과 유럽 국가 간 갈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탈리아 의회는 전날 디지털세 도입안을 포함한 2020년 예산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에서는 내년 1월 1일부터 디지털세가 부과된다.디지털세는 온라인 사업이 이뤄지는 장소(국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해당 국가에 기업의 본사가 있든 없든 디지털 서비스 매출이 발생하면 세금을 물린다. 법인세 등 기존 세금과는 별도로 부과된다.

이탈리아는 글로벌 연 매출이 7억5000만유로(약 9665억원)를 넘는 기업 중 자국 내 매출이 연간 550만유로(약 71억원)를 초과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디지털 매출의 3%를 디지털세로 걷을 계획이다. 프랑스의 디지털세 과세 대상이 글로벌 연 매출 7억5000만유로에 프랑스 내 연 매출 2500만유로(약 320억원) 이상 기업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탈리아의 디지털세가 더 강화된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다만 클라우드 컴퓨팅 등 기업 간 거래로 인한 디지털 매출에만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를 통해 세수가 매년 7억유로(약 9021억원) 늘 것으로 보고 있다.

WSJ는 “이탈리아가 디지털세를 본격 시행하면 유럽과 미국 간 긴장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디지털세 도입에 강하게 반대한다. 거대 글로벌 IT 업체 대부분이 미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유럽 각국이 자국 IT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세제를 이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프랑스가 지난 7월 자국 내 디지털세 법안을 마련하자 미국은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무역 보복에 나섰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 정부가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제도나 관행에 대해 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를 할 수 있게 한 조항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일 프랑스산 제품 24억달러(약 2조7936억원)어치에 최고 100%의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며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다고 공지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