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協 반대'에 '지역 다툼'까지…공공의대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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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단순한 지역사업이 아닙니다.”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
예산안은 통과…남원·창원·순천 등 '지역 유치전' 치열
與 "의료격차 해소해야" vs 野 "의대 신설로 해결 안돼"
의료계 "의사 수 확대 불씨될까" 우려…정치권은 눈치만
與, 선거공약 포함…총선 앞두고 다시 당리당략 휩싸여
“천문학적 예산이 드는데 치밀하게 따져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지난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국립 공공보건의료대학(공공의대) 설립을 놓고 여야 간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설계비 예산이 10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근거가 되는 공공의대법은 표류하고 있다. 정치권이 의료계 눈치를 보는 데다 여야의 ‘밥그릇 싸움’까지 겹치면서다.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의대 신설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 복지위 계류 중인 공공의대법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공공의대 관련 법안 3건(박홍근·김태년·이정현 의원 발의)이 모두 복지위에 계류 중이다.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의료 취약지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는 조건으로 입학을 허용해 공공의료 전문인력으로 양성하는 게 골자다. 입학금과 수업료, 기숙사비 등은 정부가 전액 지원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4월 전북 남원에 공공의대(정원 49명)를 세우겠다고 밝힌 뒤 국회는 1년 넘게 공공의대법을 논의해왔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의사 인력이 수도권에 반 이상이다. 공공의대로 해결해야 한다”(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의견과 “소규모 의대를 신설한다고 해결되진 않는다”(신상진 한국당 의원)는 의견이 맞붙으면서다.
공공의대 설계비로 잡힌 내년도 예산 9억5500만원에 대해서도 한국당 측은 7억1100만원 감액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학교법인 사무국 운영비 등을 더해 6억3600만원 증액하자고 맞섰다. 결국 10일 정부안(9억5500만원)이 통과됐지만 정작 공공의대법은 20대 국회에서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복지위 관계자는 “여야가 서로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예산을 지출할 수 없어 무용지물이 된다”고 말했다.지역 간 의료 격차 심각한데…
공공의대 신설은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기 위한 취지로 추진됐다. 인구 10만 명당 치료 가능 사망률은 서울 강남구가 29.6명, 경북 영양군은 107.8명이다.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았다면 ‘살 수 있었던’ 환자의 수다. 의사 한 명당 책임 병상 수도 수도권(서울 2.9개)과 나머지 지역(전남 13.3개) 간 격차가 크다. 응급, 외상, 분만 등 기피 전공에선 더 심각하다.
학생들에게 공짜로 의과 교육을 해주고 의료 취약지 근무를 일정 기간(10년) 강제하자는 게 공공의대다. 의무 복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의사면허 박탈(김태년 의원 안) 등 벌칙도 받는다. 일본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1972년 공공의대를 세운 일본은 매년 120명에게 공공의료를 교육하고 졸업 후 9년간 의무 복무하도록 하고 있다.의료계는 공공의대를 ‘땜질 대책’이라고 본다. 의사가 취약지 근무를 꺼리는 이유는 열악한 진료 여건 때문인데 문제는 그대로 둔 채 의사만 보낸다는 근시안적 발상이라는 주장이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취약지의 개원의들은 지금도 경영난으로 병원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하는 의료계의 눈치를 본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공공의대 신설이 의사 수 확대의 ‘불씨’가 될 것이란 의료계의 우려도 법안 통과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의 지역 의료는 낮은 수가(진료비)의 건강보험 시스템과 소규모 병·의원이라는 민간 인프라로 이뤄져 있다. 의료계 한 인사는 “정부는 의사 수를 통제해 ‘박리다매’를 허용하면서 지역 의료계를 달래왔다”며 “의대 신설이 의사 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역 이권 다툼에 법안통과 어려워
복지부는 정원 확대 없이 폐교한 서남대 의대 정원(49명)을 그대로 가져오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과 복지부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남대 폐교로 전북 여론이 나빠지자 당정협의를 통해 공공의대 설립을 공약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민주당 의원들의 성과가 된다.
19대 국회 때는 정반대였다.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의원(현 무소속)은 2014년 보궐선거에서 의대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어 보수정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호남권(전남 순천)에서 당선됐다. 복지부는 이 의원과 함께 순천에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역구를 새누리당에 완전히 빼앗길 것을 우려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이 반대하면서 공공의대법은 결국 폐기됐다.
20대 국회 들어서는 박홍근 민주당 의원(서울 중랑구을)이 서울시립대가 서남대를 흡수하는 방안을, 윤한홍 한국당 의원(경남 창원시마산회원구)은 창원 산업의대 유치를 추진했다. 이 의원도 공공의대법을 재발의했다. 복지위 관계자는 “특정 지역과 관련된 법안이라 통과가 더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 공공의대도서산간 등 의료 취약지에 10년 의무 근무할 의사 양성 정부가 입학금·수업료 지원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