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빨리 대응해야"…'체질개선' 나선 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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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상장폐지·전지사업 분할두산그룹이 대대적인 체질 변화에 나섰다. 신사업 부문에 힘을 주고 시들한 계열사들은 지배구조를 손보고 있다. 전통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입혀 그룹의 체질을 바꿔나간다는 방침이다.
생존 위해 ICT기업 변신 나서
25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산그룹의 지배구조가 크게 바뀌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건설을 두산중공업의 100% 자회사로 편입시키고 주식시장에서 상장 폐지하기로 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극단적인 충격 요법을 썼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중공업은 두산메카텍 지분도 100% 취득해 자회사로 두기로 했다. 두산메카텍은 정유, 가스, 석유화학플랜트 등의 장치를 생산한다. 지난 9월에는 (주)두산에서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를 각각 분할했다. 두산퓨얼셀은 발전용 연료전지를, 두산솔루스는 전지박을 생산한다.
최근의 변화에 대해 두산은 “체질 개선 시도”라고 설명했다.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이 실적 악화의 늪에 빠진 데다 적자 누적으로 면세점 사업에서도 철수하는 등 악재가 겹친 탓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올 들어 두산과 두산중공업,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은 최근 한 조찬모임에 연사로 나와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개인적으로 고백하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박용현 전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두산그룹을 이끌고 있는 박정원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두산 내부에선 ‘앞으로는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고위 관계자는 “두산 123년사에서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변화로 돌파구를 모색해왔다”고 말했다. 1925년 말 두산의 전신인 박승직상점은 세계적인 불황이 닥치자 상점을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기존 포목상 위주 소매 사업에서 도매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사업을 물려받은 박두병 두산 초대 회장은 상호를 두산상회로 바꾸고, 포목상에서 맥주 사업체로 회사를 키웠다. 두산은 외환위기 전인 1995년부터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하고 기업구조를 재편했다. OB맥주, 종가집김치, 처음처럼 등 기존 핵심 사업 부문이던 소비재 제조업을 단계적으로 매각했다. 대신 한국중공업 대우종합기계 등 중장비 제조업체를 사들였다.
두산 측은 최근 두산건설을 두산중공업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계열사를 재편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설명한다. 앞으로 디지털 전략을 앞세워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게 두산의 전략이다. 두산 모빌리티이노베이션이 개발한 수소연료전지는 세계 최대 전자쇼(CES)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이런 성과를 안고 두산은 내년 초 처음으로 ‘CES 2020’에 참가한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