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전망] 北, 허리띠 조이고 강경 예고…한반도 정세 달아오르나

대미 강경 메시지에도 핵실험·ICBM 발사엔 신중 기할 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언한 '연말 시한'이 사실상 끝나면서 내년 한반도 기상도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도발의 수위를 지속해서 높여온 북한이 내년에는 그동안의 경고대로 어떤 '새로운 길'을 선택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2017년 이전처럼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같은 호전적 도발로 회귀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단은 연말을 목전에 두고 보여준 북한의 호언과 군사 동향은 내년에도 미국의 새로운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훨씬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북한은 미국에 핵실험 및 ICBM 발사 유예조치에 따른 상응 조치로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하라며 '체제 생존권·발전권'을 위한 한미군사훈련의 중단과 제재 완화 같은 조치를 촉구해 왔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미국의 적극적인 대화 구애도 외면한 채 크리스마스 선물로 ICBM 발사를 시사하는가 하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두차례 '중대한 시험'을 했다며 한동안 언급하지 않았던 '핵'을 들먹이고 '자위적 핵전쟁 억제력'을 주장했다.
이런 움직임이라면 내년에는 트럼프 미 행정부가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삼고 있는 ICBM 발사를 강행하며 대미 압박과 위협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미국이 아직은 대화에 무게를 싣지만, 북한의 도발에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경고하고 있어 북미 대결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자존심과 '만용'이 ICBM 발사로 이어지면 한반도를 또 한 번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북한이 이달 하순으로 예고했던 노동당 전원회의에 앞서 지난 22일(보도날짜)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전격적으로 개최한 것도 내년 미국과 대치와 위기상황 등을 염두에 둔 행보로 평가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주재한 이번 회의에서 북한은 '조성된 복잡한 대내외 형편'과 정세변화 흐름'에 맞게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가속하기 위한 핵심 문제를 논의, 군 조직 전반을 대대적으로 재편하고 기강 확립에 나섰다.
북한이 역대적으로 당 전원회의를 개최하기에 앞서 사전 예고를 한 적이 없다는 점도 전원회의에서 강도 높은 대미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조선 혁명 발전과 변화된 대내외적 정세의 요구에 맞게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부정적 전망 속에서 북한의 대미 강경 호언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수위조절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발 빠른 움직임 속에서 정세는 여전히 유동적이어서 북한 역시 '막가파 직진 도발' 보다는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말 들어 북한의 도발적 말과 행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제재 완화 내용을 담은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미가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게 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한반도의 정세 변화 속에서 가까스로 회복한 북·중 혈맹관계를 키워가려면 무역과 홍콩 문제 등으로 미국과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서도 북한에 힘을 실어주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노이 노딜 이후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력갱생으로 경제발전을 이루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중국의 지원 없이는 대외에 보란 듯 성과를 이뤄내기는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내년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승리를 선언해야 하는 마지막 해여서 자칫 무모한 군사도발은 국제사회의 제재 고삐를 더욱 죄는 명분이 될 수 있어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톱다운 케미'를 자랑해온 북미 양국 정상이 여전히 상대를 향한 거칠고 자극적인 발언을 삼가는 데다 미 행정부가 대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고 있는 상황도 마냥 외면할 수만 없어 보인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이 선언한 '새로운 길'은 2017년 이전 같은 '무모한 도발'의 회귀보다는 레드라인을 흔드는 애매한 수준에서 중(中)강도에 머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핵무기와 핵보유국 언급이 다시 등장하고 '새로운 길'의 노선도 '자립경제와 자위적 국방력 병진' 수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높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실제 핵실험은 물론 ICBM 발사에는 고려 사항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ICBM 범주에 들지 않았던 무기들을 보여주거나 현시, 실험하는 과정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며 "새로운 길의 과정에서 추이를 보며 (무기들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