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범 제압하다 숨진 美대학생, 스타워즈 수호자 제다이 됐다

루카스필름, 라일리 하월 이름 딴 캐릭터 새로 만들어 추모
"라일리 하월과 포스가 언제나 함께하길…."
다음 달 8일 개봉하는 SF영화 '스타워즈' 시리즈 9번째 에피소드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는 새로운 제다이 마스터 캐릭터가 등장한다. 제다이의 탐험과 포스의 비밀을 연구하는 역사가이기도 한 이 제다이 마스터의 이름은 "라이-리 하월"(Ri-Lee Howell).
지난 4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에서 총기 난사범을 제압하다가 목숨을 잃은 라일리 하월(21)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영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개봉에 맞춰 출간되는 '스타워즈 비주얼 사전'에서 라이-리 하월의 캐릭터 설명은 단어 66자가 전부다.

짤막한 이 문구는 갑작스럽게 하월을 떠나보낸 가족과 오래된 여자친구에게 큰 위로를 줬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25일(현지시간) 전했다. 하월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었다.

6년 사귄 여자친구에게 편지를 쓸 때 한구석에 은하 공화국의 주요 병력 '클론 트루퍼'의 헬멧을 그려놓곤 했다.

'스타워즈'의 감독 조지 루카스가 설립한 영화사 루카스필름 측은 총격 사건 직후인 지난 5월 하월의 가족에게 연락해 애도를 표했다. 루카스필름 측은 "하월의 용기와 이타심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제다이를 불러냈다"며 그의 삶을 영화에서 본보기로 기리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제다이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평화와 정의를 지키는 수호자들로, 포스라고 불리는 강력한 힘을 쓸 수 있다.

전체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이야기 구성팀이 하월의 이름을 새롭게 재해석해 스타워즈 우주에 녹여낸 것이다. 최근 열린 영화 시사회에는 하월의 가족도 초청받았다.

육신은 함께할 수 없지만 하월을 위한 좌석도 마련됐고 그 자리에는 하월의 유골함이 놓였다.

하월의 어머니 나탈리 헨리-하월은 아들의 성 하월이 캐릭터 이름에 남아있다는 점을 마음에 들어 하며 영화사의 연락을 받았을 때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그런데 하월이 스타워즈 책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라고 한다.

하월이 어렸을 때 삼촌이 스타워즈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하월이 등장하는 것처럼 책을 만들어 선물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하월의 어머니는 하월이 삼촌에게 받은 선물보다 이번 선물을 더 좋아할 것이라며 "어쩌면 아들이 이렇게 끝이 난 것을 좋아할 수 있다"고 말끝을 흐렸다.

하월의 아버지 케빈 웨스트모어랜드는 아들이 평생 스타워즈 세계관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월이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하고, 다른 사람을 돌보며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며 스타워즈에서 제다이가 된 아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었다고 떠올렸다.

하월은 지난 4월 30일 UNC 샬럿캠퍼스 대학강의실에 권총을 난사한 용의자 트리스탄 앤드루 테럴(22)을 진압하다가 총에 맞았다. 이 사건으로 하월과 다른 19살 학생 등 2명이 사망하고 학생 4명이 다쳤으나, 하월의 희생으로 여러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