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날씨가 야속해"…강 얼지 않아 강원 겨울축제 '비상'

인공 낚시터 운영…눈 없는 스키장도 '울상'

'겨울축제 1번지' 강원도 겨울축제가 비상이다.
최근 이어지는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 탓에 축제장 주무대인 강이 얼어붙지 않기 때문이다.

26일 아침 기온만 보더라도 평년 최저기온보다 영서지역은 대략 7∼10도, 영동지역은 5∼7도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춘천을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26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5.1도까지 떨어졌지만, 이날은 0도에 그쳤다.'제철 잃은 온기'에 화천산천어축제는 다음 달 4일 개막을 일주일 뒤로 전격 연기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축제장인 화천천 얼음벌판이 20cm 이상 두껍게 얼어붙었지만, 올해는 절반에 불과해 사정이 딴판이다.

화천천은 주변 골짜기를 타고 찬 공기가 집중적으로 유입되는 '천혜의 냉동고'에다 얼음을 제대로 얼리는 축제 노하우가 있지만, 치솟은 기온에는 역부족이었다.다만, 사전 예약한 외국인과 자유여행가는 얼음이 제대로 얼어붙은 상류에서 정상적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산천어축제는 지난 2016년 초 축제 개막을 앞두고 폭우에 얼음이 녹아 일주일 연기한 바 있다.

그나마도 낚시 얼음 구멍 크기를 조정하고, 입장객 수를 제한하는 등 축제에 어려움을 겪었다.화천군이 개막일을 불과 일주일여 남겨두고 수억원의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연기를 결정한 것은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축제를 찾는 관광객 안전이 제일 중요한 만큼 혹시나 모를 가능성에 대비하고자 불가피하게 축제를 연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도내 예정된 겨울축제도 잇따라 개막을 늦추는 등 된서리를 맞아 울상이다.
8회째를 맞는 홍천 꽁꽁축제는 주무대인 홍천강 얼음이 얼지 않아 애초 개막일인 내년 1월 3일에서 10일로 늦췄다.

예년 같으면 홍천강이 대부분 꽁꽁 얼었지만, 올해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얼지 않은 곳도 남아 있다.

간혹 얼어붙은 곳도 물속이 비칠 정도로 얼음 두께가 얇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개막해서라도 강이 얼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책도 세웠다.

얼지 않는 강 위에 부교(浮橋)를 설치, 600여 명이 이상이 즐길 수 있는 구멍을 뚫은 인공 얼음 낚시터를 만든 것이다.
지난 2015년 올해처럼 포근한 날씨에 축제를 아예 열지 못해 취소했다가 다음 해 짜낸 묘안이다.

또 송어 맨손 잡기 이벤트를 늘리고 개막 이후 15㎝ 이상의 얼음 두께가 안 되면 눈썰매장 등 얼음벌판 위의 시설은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전명준 홍천문화재단 대표는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일반 낚시 비중이 커질 수 있어 부교를 확대하는 등 중장기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앞서 평창 송어축제도 애초 지난 21일 개막할 예정이었지만, 오대천이 얼지 않아 28일로 연기했다.

포근한 기온에 눈까지 내리지 않은 날씨에 도내 스키장도 울상이다.

포근한 날씨가 이어진 탓에 인공눈 만들기에 어려움을 겪는 횡성의 한 스키장은 20개 슬로프 중에 현재 7개 슬로프만 운영하는 등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일부 스키장은 예정된 슬로프 전면 개방을 연기하며 눈 소식만 간절히 바라는 모습이다.

대부분 스키장이 인공눈으로 슬로프를 운영하지만, 전면 개장을 위해서는 당장 추위와 눈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밖에 해마다 겨울철 진풍경을 연출하는 평창과 인제 일대 덕장도 제때 황태를 내 걸지 못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등 강원도 내 곳곳이 이상기온에 시름하고 있다.
다행히 기상청이 27일 오전부터 철원 영하 10도 등 기온이 내려가 평년기온을 보일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축제를 준비하는 도내 지자체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