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호남 의석 놔두고 수도권 통폐합 추진…한국당 "지역구 도둑질"

선거법 '선거구 획정' 논란

4+1, 洞 분할 방법까지 논의
한국당 "선거구 획정 야합"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심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기어코 선거법을 처리한다면 한국당은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의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자의적으로 변경하는 일) 의혹을 제기했다. 4+1 협의체가 범여권에 유리하도록 호남 의석을 늘리는 대신 수도권 지역구를 통폐합하려고 한다는 주장이다. 4+1 협의체는 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을 막기 위해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호남 의석 늘린다는 군소정당들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4+1 협의체의 선거구 획정 논의에 대해 “경기 안산과 서울에서 한 석씩 줄여 (호남의) 선거구를 벌충하겠다는 것”이라며 “호남 인구는 충청도 인구보다 40만 명이나 적은데도 또 의석을 가져가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최근 4+1 협의체는 선거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도시 지역구를 동(洞) 단위로 나누는 방안까지 함께 논의했다. 동 분할로 대도시의 선거구를 통폐합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농·산·어촌의 선거구를 살린다는 명분이다. 이들은 경기 군포갑·을, 안산 상록갑·을 및 단원갑·을, 서울 강남 갑·을·병 등 수도권 지역구를 유력한 통폐합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의석이 정리될 경우 호남 지역의 통폐합 대상으로 언급됐던 전북 익산, 전남 여수 등은 빠지게 된다. 인구가 선거구 상한선을 넘은 전남 순천을 포함해 세종특별시 등은 분구될 가능성이 크다.

4+1 협의체 관계자는 “농어촌 지역구의 경우 통폐합하게 되면 지리적, 문화적으로 전혀 다른 시·군을 갖다 붙이는 ‘기형 선거구’가 나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4+1 협의체는 27일 본회의 개의 전까지 농어촌 지역구의 대표성을 보정할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한국당 ‘범여권 밥그릇 지키기’ 반발

한국당은 4+1 협의체가 농어촌 지역구 배려를 빌미로 ‘밥그릇 지키기’에 나섰다고 본다. 인구 비례에 맞지 않는 선거구 획정을 ‘야합’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게 한국당 주장이다. 김 의장은 “선거구당 인구 수가 제일 적은 곳이 광주광역시다. 다음이 전북, 전남, 부산 순”이라며 “선거구를 줄여야 한다면 이 순서대로 줄이는 게 맞다”고 말했다.

4+1 협의체가 지역구 의석을 253석으로 정한 것도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웃 지역구인 전북 김제·부안 선거구(인구 13만9470명)와 연관 있다는 의구심도 제기했다. 김제·부안 선거구를 현행대로 유지하기 위해 지역구 의석을 개정안 초안보다 늘렸다는 게 한국당 주장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선거법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비례대표 한국당’을 반드시 만들겠다”며 “모든 합법적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괴물 같은 선거법을 무용지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민주당 수도권 의원들도 ‘불만’

4+1의 선거구 획정 논의를 둘러싸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불만이 감지되고 있다.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경기 안산 지역구의 한 의원은 “안산시는 다문화가족 등 외국인이 많이 살아 투표권 이상으로 복지 수요가 많다”며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지역구를 뺏기지 않으려는 샅바 싸움이 거세질 경우 범여 ‘4+1 공조’ 체제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선거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선거구 획정 문제를 두고 내년 총선 직전까지 여야의 눈치싸움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