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멍들게 하고 '노조 부흥'에만 성과 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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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가치 폄훼하고 '노동가치 존중'에만 매몰문재인 정부가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대로 대형 노동조합들이 ‘중흥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노조 조합원 수가 사상 최대인 233만1000여 명을 기록했다. 1년 만에 10.4%(24만3000명)가 늘었다. 노조 조직률은 11.8%로 전년보다 1.1%포인트 올랐다. 2010년부터 7년간의 상승폭(0.9%포인트)을 단 한 해에 뛰어넘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의 노조 조직률이 하락하고 있는 것과 완전히 거꾸로다.
"미군 철수, 보안법 폐지" 정치집단을 최대 세력화
'억지·독주' 견제할 곳 정부뿐…노동개혁 서둘러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급격히 세를 불렸다. 1년 만에 26만 명 가까운 새 조합원을 끌어들이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제치고 최대 노총이 됐다. 민노총 조합원 증가율은 36.1%로 한국노총(6.9%)의 다섯 배를 넘었다. 민노총이 몸집을 빠르게 불린 것은 문재인 정부 덕택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을 합법화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민노총 조합원이 대거 불어났다.정부는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 민노총 요구사항을 그대로 정책으로 밀어붙였다. 집회 현장에서 경찰을 폭행하고, 주주총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등 공권력을 대놓고 무시하며 불법 폭력 시위를 일삼아도 눈을 감았다. 그것도 모자라 해고자·실업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법 개정까지 추진하고 있다.
민노총이 팽창하는 사이 기업들은 움츠러들고 실적도 쪼그라들었다. 경기침체와 수출 감소로 견디기 힘든 기업들에 온갖 족쇄가 더해졌다. 규제완화는 말뿐이고, 환경 관련 억압이 더 강화됐다. 노동시장 경직성이 심해지는데 노조가 툭하면 파업을 벌이고 있는 결과는 암담하다.
지금도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민노총이 ‘제1 노총’이란 완장까지 꿰차 기업들의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민노총은 벌써부터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 70여 개 정부 위원회 위원 몫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당장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의 사회적 대화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금까지는 민노총의 불참에도 한국노총이 노동계를 대표해 그나마 운영될 수 있었다. 하지만 좌파 정치색이 뚜렷하고 폭력적인 민노총이 노동계 대표가 되면서 노정 관계는 더 불안해질 것이다.민노총이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기 등 정치투쟁에 나설 경우 산업현장은 갈등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노동계 대표 자리에서 밀려난 한국노총까지 강경투쟁 노선으로 돌아설 경우 노사 관계는 더 악화될 것이다. 경제는 훨씬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민노총의 억지와 독주를 견제할 곳도 정부뿐이다. 민노총은 더 이상 약자가 아니다. 정부는 제1 노조 위상에 걸맞은 책임과 기득권 양보를 요구해야 한다. 전체 근로자의 5%에 불과한 민노총의 기득권을 강화시켜주는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내년 경제기조를 투자 활성화에 맞췄다면 노동개혁과 규제완화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기업을 하는 건 천형(天刑)을 받는 것처럼 힘들다”는 기업인의 절규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