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표적항암제 임상 주도한 국내 의료진 "애시미닙 효능 입증…백혈병 완치 시대 연다"

김동욱 서울성모병원 교수팀

발병 관여 단백질 비활성화시켜
부작용 줄이고 치료 효능 높여

국내 백혈병치료 세계 수준 입증
김동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톨릭혈액병원 병원장(혈액내과 교수·사진)팀이 책임저자로 주도한 차세대 백혈병 표적항암제 애시미닙의 임상 1상 연구 결과가 세계적 학술지에 실렸다.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신약 임상시험으로, 약이 상용화되면 백혈병 완치 시대가 열릴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서울성모병원은 김 병원장팀을 포함해 세계 11개 나라 공동 연구팀이 진행한 임상 연구 결과가 세계 최고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게재됐다고 27일 발표했다. 두 개 이상의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차세대 표적항암제 효과를 확인한 세계 첫 임상시험이다. 활용된 약제는 노바티스의 4세대 표적항암제 애시미닙이다. 국내 백혈병 치료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것을 입증했다는 평가다.만성골수성백혈병은 골수 안에 비정상적인 세포가 지나치게 늘어나는 혈액암이다. 성인 백혈병 환자 네 명 중 한 명이 이 질환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1년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치료하는 세계 첫 표적항암제인 노바티스의 이매티닙(글리벡)이 등장하면서 환자들의 생존 기간은 획기적으로 늘었다. 이후 만성골수성백혈병은 ‘걸리면 죽는 병’에서 ‘관리하는 병’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하지만 이매티닙으로 장기간 치료하면서 내성이 생긴 환자가 늘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BMS의 다사티닙(스프라이셀), 노바티스 닐로티닙(타시그나), 일양약품 라도티닙(슈펙트), 와이어스 보수티닙(보슬립) 등 2세대 표적항암제가 등장했다. 최근에는 1세대와 2세대 표적항암제에 모두 내성이 있는 특정 돌연변이(T315I)를 대상으로 하는 3세대 표적항암제인 오츠카제약의 포나티닙(이클루시그)까지 개발됐다. 환자들의 장기 생존율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 표적항암제가 환자 생존 기간을 늘리고 있지만 한계도 있다. 다른 돌연변이가 생겨 효과가 떨어지기도 하고 장기간 사용하면 심혈관계 부작용이 증가한다. 평생 표적항암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애시미닙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약이다. 김 병원장팀은 14개월 추적·관찰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했다. 임상 결과 141명의 만성기 환자 중 혈액학적 재발 상태였던 환자 92%에게 약이 들었다.

애시미닙은 기존 1세대, 2세대, 3세대 표적항암제와는 다른 위치에 선별적으로 결합한다. 만성골수성백혈병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BCR-ABL1 단백질을 비활성형 상태로 고정해줘 치료 효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이전에 문제가 됐던 부작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이번 임상시험의 교신저자 역할을 하며 연구 결과 발표에 참여한 김 병원장은 “이번 연구 결과로 애시미닙의 성공적인 개발 가능성을 높였다”며 “이 약은 기존 표적항암제와 달리 암 단백질의 다른 표적을 공격하기 때문에 기존 항암제와 병용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 환자가 평생 복용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 기존 표적항암제 단독요법의 문제점을 극복했다”며 “앞으로 다양한 표적항암제 병용요법 및 치료 용량 조절 임상연구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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