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우후죽순 생기는 국립박물관, 득일까 실일까

정부 부처별로 해양·문자·항공·농업 박물관 추진
"국력 걸맞은 당연한 정책" vs "박물관 너무 쉽게 생각해"
'국립'(國立) 타이틀을 내세운 박물관 건립 작업이 여기저기에서 추진된다. 박물관 정책을 총괄하는 문화체육관광부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들도 경쟁적으로 박물관 짓기에 나선 형국이다.

국립박물관은 말 그대로 국가가 세워 운영하는 박물관이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은 국가를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을 두고, 문화유산의 균형 있고 효율적인 수집과 보존 등을 위해 지방 박물관 설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민속자료 전시와 조사는 국립민속박물관이 맡는다.

이외에는 중앙 행정기관의 장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협의해 국립박물관을 건립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서류는 사업계획서, 시설 명세서와 평면도, 박물관 자료 내역서 등이다. 기존에는 국립박물관이 대부분 고고학 유물이나 문화재, 민속품을 취급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필두로 한 지방 국립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문화재청 소속 국립고궁박물관은 역사, 문화유산 전시와 연구에 집중했다.
국립박물관은 '역사박물관'이라는 등식은 해양수산부가 2012년 7월 부산 영도구에 국립해양박물관을 개관하면서 깨졌다.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형태로 준공된 해양박물관은 해양역사뿐만 아니라 해양과학과 해양산업을 다룬다.

해수부는 인천 중구 월미도에 연면적 1만7천㎡ 규모의 또 다른 국립해양박물관을 짓는다.

올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고, 2021년 착공해 2024년 개관할 예정이다.

인천은 문체부가 건설을 주도한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준공도 앞뒀다.

송도 센트럴파크에 들어서는 이 박물관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문자 자료를 모아 선보이고, 문자 관련 체험 활동을 진행한다.

개관 예정 시점은 2022년이다.

우리나라 항공 역사와 위상을 알리는 박물관인 국립항공박물관도 건설 중이다.

국토교통부가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맞은편에 조성하는 항공박물관은 내년 상반기에 문을 열어 항공역사, 항공산업, 항공생활을 소개한다.

여기에 농림축산식품부도 국립박물관 짓기에 뛰어들었다.

농식품부는 지난 4일 경기도 수원 옛 농촌진흥청 부지에서 국립농업박물관 착공식을 열었다.

2022년 개관을 목표로 한 농업박물관은 박물관과 유리온실 등으로 구성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속 국립충주박물관 건립도 사실상 확정됐다.

내년도 예산에 박물관 기본계획 용역비가 편성됐다.

충청북도에는 이미 국립청주박물관이 있다.
이처럼 국립박물관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데 대해서는 환영과 우려의 시각이 공존한다.

박물관 건립은 지역별 문화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지만, 내실 있는 콘텐츠 확보에 실패하면 이른바 '속 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은 "박물관은 문체부가 중심이라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우리나라 국력과 조선업 경쟁력을 고려하면 국립해양박물관을 두는 것은 당연하고, 다양한 국립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박물관이 유물을 수집해 아카이브 역할을 한다면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며 "다만 문화를 아예 모르는 사람이 박물관을 운영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 국립박물관장을 지낸 문화계 인사는 "박물관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흩어져 있는 자료를 모은다고 해서 다 박물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설립 단계부터 철저하게 기획해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장품 컬렉션에 맞춰 건물을 짓고, 수장고·교육시설·부대시설을 설계해야 한다"며 "일부 국립박물관을 보면 전문가가 없어 기획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국립박물관 성공 요인은 결국 차별화 전략이 무엇인가에 달렸다"며 "박물관 주요 기능인 전시, 연구, 교육이 함께 잘 굴러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국립박물관을 대상으로 운용, 전시, 교육 부문 등을 심사하는 평가인증제를 시행할 계획"이라며 "국립박물관 대상 컨설팅과 워크숍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