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담낭암 위험 큰 '담석증'…'예방적 담낭절제' 해야할까
입력
수정
오래된 담석·석회화 담낭·간흡충증·담관염 등이 담관계암 주요 위험요인
무증상 담석은 예방수술 필요없어…'특이 성향' 땐 정기 관찰해야
우리 몸의 담도계는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흘러가는 길로, 담즙이 저장되고 농축되는 주머니인 담낭과 담관(간 내 담도, 간 외 담도)으로 구성된다. 이런 담도계 각 부위에는 악성 종양이 발생할 수 있는데, 크게 담낭암과 담관암으로 나뉜다.
담도계에 암이 생기는 원인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발생 메커니즘이 명확지 않다.
다만, 그동안의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담낭암은 담석을 오래 가지고 있는 경우, 췌담관 합류 이상, 석회화 담낭, 장티푸스 보균자, 크기가 큰 담낭 용종(1㎝ 이상) 등이 위험요인이다. 담관암은 오랜 기간의 담즙 정체, 담관 결석에 의한 만성 담관염, 간흡충증 등의 기생충 감염, 담관 확장을 동반한 선천성 기형 등이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이 이런 위험요인에 주목하는 이유는 현실적인 암 예방법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간흡충증 감염을 피하려면 익히지 않은 민물고기를 먹지 않는 게 좋다. 또 간 내 담석증이나 담관 결석과 같은 질병이 있다면 당장 증상이 없더라도 조기에 전체적인 절제술을 포함한 수술 등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담관의 선천적인 기형이 발견된 경우라면 예방적 담관 절제술로 담관암의 발생을 막아주는 것도 암 예방을 위한 방편 중 하나다.
담낭 용종이 있는 경우에는 지속적인 초음파 추적검사에서 크기가 증가하는 게 관찰되면 담낭암 예방을 위해 담낭절제술이 권장된다. ◇ 담석 있으면 담낭암 위험 5∼10배…정기 추적검사 받아야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 해석할 필요가 있는 것은 증상이 없는 담석증이다.
사실 담낭암은 많은 경우 담낭에 담석을 동반하고 있고, 실제로 담석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담낭암 발생 위험이 5∼10배 정도 높다고 보고된다.
그렇다면 담석을 가진 환자는 담낭암 발생을 막기 위해 예방적 담낭절제술을 반드시 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담석증 환자 중 담낭암이 발견되는 경우는 1% 미만이므로, 담석이 있더라도 담낭암 의심 증상이 없다면 미리 담낭을 절제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전문가의 소견을 반드시 들어보고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증상이 없어도 담석의 크기가 3㎝ 이상일 때는 예방적 절제술이 권고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담낭암은 말기로 진행될 때까지 증상이 발생하지 않는 만큼 담석이 있으면서 특별한 성향(담낭벽이 두꺼워지는 경우, 담낭 용종이 함께 있는 경우, 담낭 벽이 석회화된 경우 등)이 보인다면 초음파 검사 등의 정기적인 추적검사를 받으면서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 담관암 대표증상은 황달…뚜렷한 증상 없어 커진 뒤 발견 많아
담관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황달이다.
하지만 황달은 종양이 담도를 완전히 폐쇄할 경우에만 발생하고, 담관암이 간 내 한쪽 구역에서만 발생한 경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담낭암도 암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증상이 없어서 일반적으로 조기 발견이 어렵다.
다만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체중 감소, 피곤함, 식욕부진, 메스꺼움, 구토, 상복부 통증 등이 있을 수 있으며, 담석만 있는 것으로 오인해 담낭을 절제하고 보니 암이 있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정기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들이 늘면서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초기 담낭암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 진단 늦는 담낭암…완전 절제율은 10~30% 수준
일반적으로 우리 몸에서 덩어리를 형성하는 고형암의 기본 치료는 수술과 항암 화학요법, 방사선이다.
완치하려면 무엇보다 수술적인 절제가 이뤄져야 하는데, 앞서 설명했듯이 담도계암은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진단 당시 병변을 완전히 절제할 수 있는 확률이 담낭암의 경우 10∼30%, 담관암의 경우 40∼50% 정도에 불과하다.
수술은 담낭암과 담관암 모두 암의 위치와 주변 혈관 및 정상 담관과의 관계, 암이 간 속으로 파고들었는지 여부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방법이 적용된다.
담낭암은 암의 크기가 매우 작고, 암세포도 깊게 파고들지 않은 상황에서는 복강경 담낭절제술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담낭벽에서 암세포가 조금만 더 깊게 침범해도 간 부분절제술 또는 담관절제술, 겨드랑이 림프절을 모두 제거하는 '림프절 곽청술' 등이 필요할 수도 있게 된다.
담관암은 암이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수술법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간 또는 간 밖에 있는 담관 전체를 절제할 수 있으며, 간과 담관을 함께 절제하거나, 췌장 두부와 십이지장을 한꺼번에 절제하는 휘플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 홍태호 교수는 1999년 중앙대 의대를 졸업하고 가톨릭의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8년 포스텍에서 생명과학과 교환교수로 연수했다.
담석증, 췌담도질환, 담도암, 췌장암 등 간담췌질환 분야의 권위자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이자 암병원 간담췌암센터장, 간담췌외과 과장, 외과중환자실장을 맡고 있다. 대한외과학회, 한국간담췌외과학회, 대한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 한국췌장외과연구회, 최소침습췌장수술연구회, 대한종양외과학회 등 학회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연합뉴스
무증상 담석은 예방수술 필요없어…'특이 성향' 땐 정기 관찰해야
우리 몸의 담도계는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흘러가는 길로, 담즙이 저장되고 농축되는 주머니인 담낭과 담관(간 내 담도, 간 외 담도)으로 구성된다. 이런 담도계 각 부위에는 악성 종양이 발생할 수 있는데, 크게 담낭암과 담관암으로 나뉜다.
담도계에 암이 생기는 원인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발생 메커니즘이 명확지 않다.
다만, 그동안의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담낭암은 담석을 오래 가지고 있는 경우, 췌담관 합류 이상, 석회화 담낭, 장티푸스 보균자, 크기가 큰 담낭 용종(1㎝ 이상) 등이 위험요인이다. 담관암은 오랜 기간의 담즙 정체, 담관 결석에 의한 만성 담관염, 간흡충증 등의 기생충 감염, 담관 확장을 동반한 선천성 기형 등이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이 이런 위험요인에 주목하는 이유는 현실적인 암 예방법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간흡충증 감염을 피하려면 익히지 않은 민물고기를 먹지 않는 게 좋다. 또 간 내 담석증이나 담관 결석과 같은 질병이 있다면 당장 증상이 없더라도 조기에 전체적인 절제술을 포함한 수술 등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담관의 선천적인 기형이 발견된 경우라면 예방적 담관 절제술로 담관암의 발생을 막아주는 것도 암 예방을 위한 방편 중 하나다.
담낭 용종이 있는 경우에는 지속적인 초음파 추적검사에서 크기가 증가하는 게 관찰되면 담낭암 예방을 위해 담낭절제술이 권장된다. ◇ 담석 있으면 담낭암 위험 5∼10배…정기 추적검사 받아야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 해석할 필요가 있는 것은 증상이 없는 담석증이다.
사실 담낭암은 많은 경우 담낭에 담석을 동반하고 있고, 실제로 담석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담낭암 발생 위험이 5∼10배 정도 높다고 보고된다.
그렇다면 담석을 가진 환자는 담낭암 발생을 막기 위해 예방적 담낭절제술을 반드시 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담석증 환자 중 담낭암이 발견되는 경우는 1% 미만이므로, 담석이 있더라도 담낭암 의심 증상이 없다면 미리 담낭을 절제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전문가의 소견을 반드시 들어보고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증상이 없어도 담석의 크기가 3㎝ 이상일 때는 예방적 절제술이 권고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담낭암은 말기로 진행될 때까지 증상이 발생하지 않는 만큼 담석이 있으면서 특별한 성향(담낭벽이 두꺼워지는 경우, 담낭 용종이 함께 있는 경우, 담낭 벽이 석회화된 경우 등)이 보인다면 초음파 검사 등의 정기적인 추적검사를 받으면서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 담관암 대표증상은 황달…뚜렷한 증상 없어 커진 뒤 발견 많아
담관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황달이다.
하지만 황달은 종양이 담도를 완전히 폐쇄할 경우에만 발생하고, 담관암이 간 내 한쪽 구역에서만 발생한 경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담낭암도 암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증상이 없어서 일반적으로 조기 발견이 어렵다.
다만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체중 감소, 피곤함, 식욕부진, 메스꺼움, 구토, 상복부 통증 등이 있을 수 있으며, 담석만 있는 것으로 오인해 담낭을 절제하고 보니 암이 있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정기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들이 늘면서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초기 담낭암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 진단 늦는 담낭암…완전 절제율은 10~30% 수준
일반적으로 우리 몸에서 덩어리를 형성하는 고형암의 기본 치료는 수술과 항암 화학요법, 방사선이다.
완치하려면 무엇보다 수술적인 절제가 이뤄져야 하는데, 앞서 설명했듯이 담도계암은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진단 당시 병변을 완전히 절제할 수 있는 확률이 담낭암의 경우 10∼30%, 담관암의 경우 40∼50% 정도에 불과하다.
수술은 담낭암과 담관암 모두 암의 위치와 주변 혈관 및 정상 담관과의 관계, 암이 간 속으로 파고들었는지 여부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방법이 적용된다.
담낭암은 암의 크기가 매우 작고, 암세포도 깊게 파고들지 않은 상황에서는 복강경 담낭절제술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담낭벽에서 암세포가 조금만 더 깊게 침범해도 간 부분절제술 또는 담관절제술, 겨드랑이 림프절을 모두 제거하는 '림프절 곽청술' 등이 필요할 수도 있게 된다.
담관암은 암이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수술법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간 또는 간 밖에 있는 담관 전체를 절제할 수 있으며, 간과 담관을 함께 절제하거나, 췌장 두부와 십이지장을 한꺼번에 절제하는 휘플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 홍태호 교수는 1999년 중앙대 의대를 졸업하고 가톨릭의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8년 포스텍에서 생명과학과 교환교수로 연수했다.
담석증, 췌담도질환, 담도암, 췌장암 등 간담췌질환 분야의 권위자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이자 암병원 간담췌암센터장, 간담췌외과 과장, 외과중환자실장을 맡고 있다. 대한외과학회, 한국간담췌외과학회, 대한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 한국췌장외과연구회, 최소침습췌장수술연구회, 대한종양외과학회 등 학회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