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여전히 '욱일기 기념탑' 방치 중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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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문제 제기 후 부산시 요지부동지난 8월, 부산 남구에 있는 '유엔(UN)군 참전기념탑'을 하늘에서 바라보면 욱일기를 빼닮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해당 주장을 했던 인물은 정정복 더불어민주당 부산 남구갑 지역위원장.
"예산 문제로 해결 나설 수 없다"
"연관 사업 국비 승인 나야 심의 진행"
그는 욱일기 빗살무늬 16개와 기념탑 기둥 16개가 일치하는 점에 주목했다. 일각에서는 참전 16개국을 상징하는 것으로 우연히 일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석했다.정 위원장은 이와 함께 유엔군 참전기념탑 내 설명탑에 표기된 '십자군' 문구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십자군이라는 단어에 대해 부정적인 해석도 나오는 가운데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유엔군 참전국들을 이에 비유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부산시 역시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해당 기념물을 철거 또는 이전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부산시는 이미 남구 소재의 부산박물관 앞에 '세계평화공원' 조성 계획을 갖고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유엔군 참전기념탑의 이전 혹은 새로운 건립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부산시의 이같은 계획은 남구를 평화 특구로 추진하는 일환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2020년이 다가오는 상황에서도 부산시는 요지부동이다. 아직까지 유엔군 참전기념탑과 관련한 공론화 과정조차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군 참전기념탑의 경우 공공조형물인 만큼 '공공조형물 심의'를 거쳐 철거 및 이전을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부산시는 유엔군 참전기념탑이 포함된 세계평화공원 사업 전체 예산을 핑계로 들며 같은당 지역위원장의 문제 제기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부산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이후로 저희 입장이 변치 않는 이유는 전체적인 계획이 세워져야 하기 때문"이라며 "유엔 기념광장만 놓고 보더라도 사업비가 130억 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시 재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국비로 이 사업을 진행되게 되면 해당 조형물에 대해서는 공공조형물 심의를 먼저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무작정 철거하기에는 조형물에 대한 판단이 정확하게 들지 않는 상황"이라며 "단지 위에서 보는 사진이 욱일기와 비슷하다고 해서 철거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아울러 "작가가 세상을 떠난 상황에서 예술 작품에 대한 표현의 해석에 대해서도 경청을 해야 할 필요도 있다"며 "공론화가 된 이후에는 오히려 예술 작품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판단을 해달라는 민원도 왔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오는 2020년 1월이 되면 국비를 신청할 수 있다"면서 "또 국비 승인이 나야 기념광장 재조명이라든지 정비사업을 할 수 있는데 그 부분이 확실하지 않다 보니 지연이 되고 있고 승인이 되지 않으면 또다시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유엔군 참전기념탑은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 지난 1975년 건립됐으며 제작을 한 고(故) 김찬식 작가는 지난 1997년 세상을 떠났다.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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