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대책 후폭풍]"대출 규제 피하자"…14.99억 매물 등장

15억대 단지서 14억대로 호가 낮춘 매물 속속 나와
대출기준인 KB시세 단지별로 들쭉날쭉해 형평성 논란도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전면 금지한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15억원대 매물의 거래가 주춤하자 14억원대로 매도 호가를 낮추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KB시세가 15억6500만원으로 책정된 서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 /한경DB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전면 금지한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15억원대 단지에서 14억원대로 매도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다. 매수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매물을 14억원대에 맞추는 것이다. 대출의 기준이 되는 KB국민은행 시세가 단지에 따라 들쭉날쭉해 형평성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실거래가가 비슷한데도 KB국민은행에 시세정보를 제공하는 중개업소 대표의 성향에 따라 시세에 큰 차이가 나고 있어서다.

◆ 매도 호가 14억9900만원으로 낮춰27일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과천 중앙동 래미안에코팰리스 전용면적 84㎡ 매물이 14억9900만원으로 나왔다. 기존에 15억5000만원에 내놨던 주택이지만 집주인이 12·16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호가를 낮췄다. 이 단지를 주로 중개하는 S공인 관계자는 “대출이 막히면 집이 안팔릴까 걱정하는 일부 집주인이 매도 희망가를 14억원대 후반으로 내렸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 기준 이 단지의 시세는 13억1500만원이다. 현재 시장 호가는 15억원 중반~16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12·16 대책 전까지 15억~17억원 수준이던 서울 마포 현석동 래미안웰스트림 전용 84㎡ 호가도 14억원대에 나오기 시작했다. 이 아파트의 시세(KB국민은행 기준)는 14억5000만원으로 15억원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인근 G공인 대표는 “최근 체결된 신고가 실거래들이 신고되면 KB시세가 곧 15억원으로 찍힐 것이라 본다”며 “대출이 불가능해지면 거래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에 시세를 14억원 후반대에 맞추자는 이야기들이 집주인들 사이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이런 까닭에 실거래 가격이 15억원에 근접할수록 시세 14억원대 맞추기 움직임이 활발하다. 마포구 G공인 관계자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나 신촌푸르지오 등 15억원선에 가격이 형성돼 있는 아파트 주인들이 호가를 15억원 이하로 조정하면 매매가 더 잘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에 호가 하향조정을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 시 현장에서 주로 활용되는 KB 시세가 중개업소에서 온라인으로 직접 거래가를 입력하면 그 값을 취합해 정해진다는 점이 이를 부추긴다. KB 시세는 각 단지별로 2곳의 중개업소에서 받은 호가를 별도 인터뷰를 통해 약간 보완한 후 정한다. 한국감정원은 정규직 조사 전문가가 실거래가 등을 조사하거나 단지 당 1곳의 협력 중개업소를 통해 가격을 확인한 후 자체 기준에 따라 수치를 보정해 가격을 내놓는다.◆ 들쭉날쭉한 시세 논란

대출규제는 KB국민은행 시세나 한국감정원 시세를 기준으로 한다. 둘 다 조회가 가능할 경우 하나라도 15억원을 넘으면 대출이 불가능하다. 한가지만 조회 가능한 경우 해당 시세가 15억원을 초과하면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KB 시세가 들쭉날쭉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마포구내 인기 단지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래미안웰스트림 전용 84㎡는 최근 15억원대 수준에 실거래됐지만 KB 시세 기준에 따라 대출 유무가 갈린다. 래미안웰스트림 가격은 14억5000만원에 책정돼 매매거래 시 대출이 가능하지만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15억6500만원으로 정해져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를 보유한 안정민 씨(40·가명)는 “KB 시세는 중개업소 사장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며 “이런 시세를 기준으로 대출 규제를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단지 내에서도 대출 가능 여부가 갈리는 경우도 있다. 목동 10단지 아파트 전용 105㎡의 경우 1층 매수자는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2층 이상 주택을 매입할 경우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KB시세는 세 가지(상위·하위·일반평균가)로 나뉘는데, 2층 이상일 경우 일반평균가(15억2500만원)를 적용받지만 1층은 이보다 약간 낮은 하위평균가(14억6500만원)를 적용받는다. 인근 B공인 대표는 “일반적으로 1층은 비선호층으로 여겨지긴 하지만 목동 10단지에서는 베란다 앞 외부 공간을 개인 정원처럼 사용할 수 있어 1층과 로얄층 간의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며 “그럼에도 1층만 대출이 나온다면 오히려 매수자가 1층 매물에 더 몰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값 판단 시점이 대출 신청일인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15억원이 넘는 집은 대출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주택매매 계약 체결 때 14억원이었더라도 대출 신청일에 16억원으로 오르면 대출을 못 받는다. KB 시세나 감정원 시가가 주간 단위로 변동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주에는 대출이 가능했던 단지가 이번주에는 불가능해질 수 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