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저질러도 형사처벌 안 받는 '촉법소년'…논란 불붙나

촉법소년 기준 '만 14세→13세' 소년법 개정안 국회 계류중
"처벌 강화책 아닌 범정부 차원 장기적 대책 필요" 지적도

또래 친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초등생이 형사상 처벌 대상이 아닌 '촉법소년'이어서 촉법소년 기준을 놓고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경기북부 지역에서 초등학교 고학년생인 A양이 또래 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A양은 조부모의 집으로 피해자인 B양을 데려와 흉기로 여러 차례 찔렀고, B양은 집 밖 복도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지던 도중 사망했다.

앞서 2016년에는 경기도 김포에서 11살 아들이 어머니를 때린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두 사건을 비롯해 지난 9월 온 국민의 공분을 산 '수원 노래방 집단 폭행사건'까지, 가해자들은 모두 '촉법소년'이다.

경기 수원의 노래방에서 여자 초등학생 1명을 집단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 여중생들은 형사 처벌 대신 장기 소년원 2년 송치 처분(교정교육)을 받았다.

이런 사건이 알려질 때마다 가해자들이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형사 처벌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현실을 비판하는 여론이 불붙었다.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에 해당하는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 붙잡혀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

대신 법원 소년부로 넘겨져 일반적인 형사사건 기소에 비해 수위가 낮은 보호관찰이나 소년원 수감 등 처분을 받게 된다.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은 2만8천24명으로 집계됐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7천6명, 하루 평균으로는 약 19명이 송치되는 셈이다.

범죄유형별로는 살인·강도·절도·폭력 등 4대 강력범죄가 전체의 77%를 차지했다.

세부적으로는 절도가 1만5천298명으로 가장 많았고 폭력 6천263명, 강도 26명 등 순이었다.

살인도 4명이나 됐다.

이에 따라 소년법을 고치자는 요구가 높아지자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방안 등을 담은 제1차 소년비행예방 기본계획(2019∼2023)을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지난 10월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회에 계류 중인 소년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수원 노래방 집단 폭행사건'을 거론하며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13세부터 범죄가 급증하지만, 현행 소년법상 14세 미만 청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다만 소년법 개정안도 촉법소년의 연령 기준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춘다는 내용이어서, 이번 사건처럼 만 12세 이하인 초등학생의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앞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국제적으로도 유엔(UN) 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12세 이하로 하향하지 말 것을 당사국에 촉구할 뿐만 아니라, 더 올리라고 권고하고 있다.

단편적인 처벌 강화책이 아닌 범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나이가 어리다고 하더라도 성인에 준하는 수준의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그래서 마치 소년법 연령 기준만 낮추면 문제가 다 해결될 것처럼 얘기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교정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소년원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교육·사법·복지 등 여러 부처가 협업하는 컨트롤타워를 세워 형사미성년자의 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대책을 수립하는 것만이 또 다른 피해를 막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