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매일 술약속 있는 남편에게 화나는 제가 이상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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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회식이 있어서 늦을 거라네요. 이젠 정말 화가 납니다"
연말이면 많은 이들이 각종 술자리와 모임 등 약속들로 분주해진다. 하지만 이같은 술자리가 전혀 즐겁지 않은 이들이 있다. 바로 남편과 아빠를 기다리는 가족들이다. 12월 들어 거의 매일 술자리를 갖느라 늦는 남편과 결국 싸웠다는 한 아내 A씨의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됐다.A씨는 "남편이 12월 매일 회식에 간다. 오늘이 27일인데 이번 달 총 18일을 술을 마셨다"며 "다른 때도 늦는 남편이 곱게 보이지 않았지만, 오늘 특히 더 화가 나 결국 남편과 싸웠다"라며 입을 열었다.
A씨가 참다 참다 결국 화를 내게 된 연유는 이렇다. 남편 B씨는 분명히 전날 회식이 시작하기 전에는 밤 11시까지는 귀가를 할 것이라고 아내와 약속했다. 집에 일찍 들어오라고 신신당부했지만 B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새벽 3시가 돼서야 술에 진탕 취한 채로 집에 들어왔다.
문제는 남편의 이런 거짓말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것. A씨는 "남편이 평소에는 바쁜 와중에도 연락도 잘해주고 가정에 충실하는 사람이지만 술자리나 회식만 잡히면 '일찍 들어간다'며 거짓말하기 일쑤다"고 말했다. 11시에 온대서 해장국까지 끓여놨는데 새벽 2시가 넘어서 들어오더니 바로 자버린 적도 있다. 또한 A씨는 B씨가 평소 성격은 자상하지만, 술만 들어가면 성격이 180도 변하는 것도 알고 있어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밤새 내내 B씨를 기다리며 마음을 졸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같은 직장인으로서 B씨가 회사 회식을 하러 가는 건 당연히 이해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한쪽으로는 최근 B씨가 회식이 아닌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가는 일이 늘면서 퇴근 후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오고 저녁 준비와 설거지, 쓰레기 버리는 일 등 집안일이 전부 자신한테 전가되는 것이 힘들다고 푸념을 드러냈다.
이 상황이 12월 내내 반복되자 A씨는 B씨에게 "집에 일찍 들어오던가, 술자리를 줄여달라"고 부탁했지만, B씨는 오히려 화를 내 결국 부부는 싸웠다. B씨는 "매일 이런 것도 아니고, 연말이니 술자리가 평소보다 많은 것뿐인데 그런 거로 뭐라 하나"며 "나도 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고 숙취도 심해 술자리가 부담스러운데, 누가 보면 내가 술 마시려고 안달 난 것처럼 얘기하냐"며 A씨를 몰아붙였다.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회사 생활해보니 남자들 회식을 가장한 술자리를 많이 만들더라. 집에 일찍 가기 싫어 회식이라는 명목으로 술자리를 가지는 걸 더러 봤다", "오히려 회식 때 일찍 가는 사람은 나름대로 소신껏 행동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아 보였다", "요즘 회사들 보통 회식은 10시면 공식적으로 끝난다. 이후 술자리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2차, 3차를 가는 것이다. 남편이 아내 기다리는 지도 모르고 혼자서 즐겁나 보다" 등 아내 A씨가 화난 이유를 알겠다는 댓글이 달렸다.
반면 "술자리서 가족들 눈치 보고 밥만 먹고 급하게 가는 사람들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는다. 특히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가 그러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업무상 연장으로 윗사람 눈치 봐가며 마지못해 앉아 있는 경우도 많다", "회식 같은 부서행사에 자주 빠지는 직원은 상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당연히 이해해야 한다. 연말인만큼 여기저기서 부르는 회식 자리가 많은 건 당연하다" 등 남편 B씨를 이해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회식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230명을 대상으로 '주로 어떤 회식을 하는지' 질문한 결과, '술자리 회식'을 한다는 답변이 83.5%의 압도적인 응답률로 1위에 올랐다. 다만 회식 횟수는 월 평균 1.5회로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또한 직장인 과반수가 회식을 업무의 연장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회식이 업무의 연장인가요?'라는 물음에 73.5%의 직장인이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 회식 참석 여부는 '눈치가 보이지만 선택할 수 있다'가 51.3%로 절반을 넘었다. 이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29.6%)', '무조건 참석해야 한다'(19.1%) 순이었다. 다음으로 직장생활에서 회식의 필요성을 조사한 결과 '가끔 하면 괜찮다'는 답변이 57.8%로 가장 많았고 '필요하지 않다(27.8%)', '필요하다(13.0%)' 순으로 답했다.
※[와글와글]은 일상 생활에서 겪은 황당한 이야기나 어이없는 갑질 등을 고발하는 코너입니다.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보내주세요. 그중 채택해 [와글와글]에서 다룹니다.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실 곳은 jebo@hankyung.com입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연말이면 많은 이들이 각종 술자리와 모임 등 약속들로 분주해진다. 하지만 이같은 술자리가 전혀 즐겁지 않은 이들이 있다. 바로 남편과 아빠를 기다리는 가족들이다. 12월 들어 거의 매일 술자리를 갖느라 늦는 남편과 결국 싸웠다는 한 아내 A씨의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됐다.A씨는 "남편이 12월 매일 회식에 간다. 오늘이 27일인데 이번 달 총 18일을 술을 마셨다"며 "다른 때도 늦는 남편이 곱게 보이지 않았지만, 오늘 특히 더 화가 나 결국 남편과 싸웠다"라며 입을 열었다.
A씨가 참다 참다 결국 화를 내게 된 연유는 이렇다. 남편 B씨는 분명히 전날 회식이 시작하기 전에는 밤 11시까지는 귀가를 할 것이라고 아내와 약속했다. 집에 일찍 들어오라고 신신당부했지만 B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새벽 3시가 돼서야 술에 진탕 취한 채로 집에 들어왔다.
문제는 남편의 이런 거짓말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것. A씨는 "남편이 평소에는 바쁜 와중에도 연락도 잘해주고 가정에 충실하는 사람이지만 술자리나 회식만 잡히면 '일찍 들어간다'며 거짓말하기 일쑤다"고 말했다. 11시에 온대서 해장국까지 끓여놨는데 새벽 2시가 넘어서 들어오더니 바로 자버린 적도 있다. 또한 A씨는 B씨가 평소 성격은 자상하지만, 술만 들어가면 성격이 180도 변하는 것도 알고 있어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밤새 내내 B씨를 기다리며 마음을 졸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같은 직장인으로서 B씨가 회사 회식을 하러 가는 건 당연히 이해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한쪽으로는 최근 B씨가 회식이 아닌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가는 일이 늘면서 퇴근 후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오고 저녁 준비와 설거지, 쓰레기 버리는 일 등 집안일이 전부 자신한테 전가되는 것이 힘들다고 푸념을 드러냈다.
이 상황이 12월 내내 반복되자 A씨는 B씨에게 "집에 일찍 들어오던가, 술자리를 줄여달라"고 부탁했지만, B씨는 오히려 화를 내 결국 부부는 싸웠다. B씨는 "매일 이런 것도 아니고, 연말이니 술자리가 평소보다 많은 것뿐인데 그런 거로 뭐라 하나"며 "나도 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고 숙취도 심해 술자리가 부담스러운데, 누가 보면 내가 술 마시려고 안달 난 것처럼 얘기하냐"며 A씨를 몰아붙였다.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회사 생활해보니 남자들 회식을 가장한 술자리를 많이 만들더라. 집에 일찍 가기 싫어 회식이라는 명목으로 술자리를 가지는 걸 더러 봤다", "오히려 회식 때 일찍 가는 사람은 나름대로 소신껏 행동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아 보였다", "요즘 회사들 보통 회식은 10시면 공식적으로 끝난다. 이후 술자리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2차, 3차를 가는 것이다. 남편이 아내 기다리는 지도 모르고 혼자서 즐겁나 보다" 등 아내 A씨가 화난 이유를 알겠다는 댓글이 달렸다.
반면 "술자리서 가족들 눈치 보고 밥만 먹고 급하게 가는 사람들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는다. 특히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가 그러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업무상 연장으로 윗사람 눈치 봐가며 마지못해 앉아 있는 경우도 많다", "회식 같은 부서행사에 자주 빠지는 직원은 상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당연히 이해해야 한다. 연말인만큼 여기저기서 부르는 회식 자리가 많은 건 당연하다" 등 남편 B씨를 이해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회식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230명을 대상으로 '주로 어떤 회식을 하는지' 질문한 결과, '술자리 회식'을 한다는 답변이 83.5%의 압도적인 응답률로 1위에 올랐다. 다만 회식 횟수는 월 평균 1.5회로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또한 직장인 과반수가 회식을 업무의 연장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회식이 업무의 연장인가요?'라는 물음에 73.5%의 직장인이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 회식 참석 여부는 '눈치가 보이지만 선택할 수 있다'가 51.3%로 절반을 넘었다. 이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29.6%)', '무조건 참석해야 한다'(19.1%) 순이었다. 다음으로 직장생활에서 회식의 필요성을 조사한 결과 '가끔 하면 괜찮다'는 답변이 57.8%로 가장 많았고 '필요하지 않다(27.8%)', '필요하다(13.0%)' 순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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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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