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헤라클레스 아들처럼…강인한 '셀토스'

강경주 기자의 [너의 이름은] 30번째

▽ 기아 전략 '쌍두차마' 등극 2종
▽ 셀토스, 헤라클레스의 아들 이름
▽ 텔루라이드, 미국 휴양지 이름
기아자동차 소형 SUV 셀토스 [사진=기아자동차 제공]
올해 기아자동차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와 소형 SUV 셀토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두 차량은 내년에도 기아차가 글로벌 입지를 넓히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지난달 국내 4만8615대, 해외 20만327대 등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동기대비 0.8% 증가한 24만8942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국내 판매는 0.2% 감소, 해외 판매는 1.1% 증가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장기불황에 빠진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기아차 실적 방어의 일등 공신으로 텔루라이드와 셀토스로 꼽는다.지난 7월 출시된 셀토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헤라클레스의 아들 '켈토스(Celtos)'와 '스피드(SPEED)'의 'S'를 결합해 이름이 만들어졌다. 풀이하면 어느 상황에서도 강인하고 빠른 SUV라는 뜻이다.

당초 기아차는 셀토스가 밀레니얼(1990년 이후 태어난 세대)세대에게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가 달랐다. 이름처럼 한 상황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판매량을 키워 나갔다.

통상 소형 SUV의 주요 소비자는 2030세대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달리 셀토스는 소비자 4명 가운데 1명(25.0%)이 50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은 50대가 25.8%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여성은 30대가 23.8%로 가장 많았다. 50대(23.4%)와 40대(23.0%)가 그 뒤를 이었다.이 같은 결과에 힘입어 셀토스는 지난달 6136대 팔아 기아차가 생산한 차량 중 가장 많이 판매한 차량으로 등극했다. 네 달 연속 소형 SUV 시장에서도 판매량 1위를 질주 중이다.

셀토스의 인기는 인도에서 더욱 뜨겁다. 출시 4개월째로 접어든 지난달 기준으로 인도에서만 약 1만3000여대가 팔리며 SUV 판매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이는 전월 판매 대수 7754대와 비교하면 한 달 만에 판매량이 65.8% 증가한 것이다.
기아자동차 대형 SUV 텔루라이드 [사진=기아자동차 제공]
기아차가 북미 전용 모델로 출시한 텔루라이드도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텔루라이드의 이름은 미국 콜로라도의 한 지명에서 따왔다. 현대차그룹은 전통적으로 SUV 이름에 휴양지 지명을 선호했다. 싼타페와 쏘렌토, 투싼, 코나, 베라크루즈도 유명 관광지의 지명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SUV가 여가, 레저활동과 밀접하기 때문에 휴양지 이름을 쓰는 것이 직관적이라는 판단에서다.실제로 지난 2월 미국 현지 생산가동이 시작된 텔루라이드는 지난달까지 한달 평균 6000대이상 판매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미국에서 6824대를 판매하며 월간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기아차는 텔루라이드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달 미국 판매량이 전년동월대비 12% 늘어난 5만504대를 기록했다.

기아차는 텔루라이드의 북미시장 판매목표를 올해 3만6500대에서 내년에 7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의 미국 판매량 20만2205대의 24%를 차지하는 규모다. 판매 호조로 조지아공장의 텔루라이드 증산도 본격화됐다. 내년부터 출고 시기가 빨라져 수익성에도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차량은 판매량뿐만 아니라 상품성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셀토스는 인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ICOTY 2020' 시상식에서 기자 평가단으로부터 102점을 얻어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현대차 베뉴였다. 텔루라이드는 미국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로부터 '2020년 올해의 SUV 차량에'에 선정됐다. 한국 자동차가 이 전문지로부터 올해의 SUV에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업계 관계자는 "과거 기아차 SUV의 핵심 차량은 쏘렌토와 스포티지였지만 이제는 그 중심이 텔루라이드와 셀토스로 옮겨갔다"며 "각각 기아차의 소형과 대형 SUV 시장을 개척한 만큼 두 모델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는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