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 "북핵 잠정합의 필요"…중러 결의안에 기대감

"합의 안 되는 문제 보류해야"…美 호응 여부는 불투명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미국에 제시한 비핵화 협상 '연말시한'이 닷새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이른바 '잠정합의' 필요성을 거론해 배경이 주목된다.김 장관은 지난 26일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협상시한이 임박했고 향후 한반도 정세 불확실성이 매우 커 관련국 모두 엄중함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면서 이 순간에도 외교적 노력을 다양하게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잠정합의라는 표현은 그 뒤에 이어졌다.

그는 "상황 악화를 막고, 협상 동력을 살리기 위해 최종합의로 가는 징검다리로 잠정합의, 모두스 비벤디(Modus Vivendi·분쟁 해결을 위한 일시적 합의)의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김 장관은 과거 자신의 저서 '협상의 전략'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는 그 문제를 보류하고 (다른 문제와) 연계하지 않고 먼저 해결할 수 있는 부분부터 집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중러가 제출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잠정합의'와 나란히 언급한 대목이다.
김 장관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제재 완화 결의안을 정부도 주목하고 있다"며 "다양한 창의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지난 16일(현지시간) 제출된 중러 결의안 초안에는 남북 간 '철도·도로 협력 프로젝트'를 제재 대상에서 면제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중러 결의안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공식적인 정부 입장을 얘기할 수밖에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그 자체로 상황 관리의 의미가 있고, 앞으로 협상에서 입장차이를 좁히기 위한 노력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북미가 이번 결의안을 고리로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전망으로 해석된다.김 장관의 '잠정합의' 전략에 미국 측 의중도 반영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미국은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중러 결의안에 대해서도 최근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장관이 최근 잇따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와 만나 비핵화 협상 문제를 논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맥락 없이 나온 발언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비건 대표는 지난 16일 방한 과정에서 김 장관과 오찬 간담회를 하면서 "(북한과) 타당성 있는 단계와 유연한 조치를 통해 균형 잡힌 합의에 이를 준비가 되었다"며 비교적 유연한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