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읽기|이동욱·정해인도 못 살린 시청률…실종된 웃음을 찾습니다

SBS· KBS 등 평일 예능, 이동욱·정해인 스타캐스팅
예능 변화 시도 했지만…시청률 한자릿수 '고전'
"콘텐츠 차별화 부족해…출연자 아닌 연출 탓"
'저승이'도 '국민 연하남'도 못 살렸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잘 보지 못했던 배우들이 단독 예능에 도전했지만, 시청률 성적표에서는 굴욕을 면치 못하고 있다.

SBS 수요 예능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와 KBS2 화요 예능 '정해인의 걸어보고서'가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두 방송은 기존 여러 출연자들을 기용했던 '나영석 식 쇼프로'를 벗어나 배우 단 1명을 중심으로 이끌어 나가는 새로운 포맷을 표방한다.

이동욱, 정해인이라는 화제성 높은 배우를 기용했음에도 '정해인의 걸어보고서'의 최고 시청률은 2.9%,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는 첫 회 4.8%에 불과하다.

이동욱은 앞서 SBS '강심장'에서 강호동과 더블 MC를 맡은 바 있다. 또 올해 방영된 Mnet '프로듀스X101'에서 국민 프로듀서 대표로 무대에 올라 출연자과의 소통, 무게감 넘치는 진행으로 합격점을 받은 바 있다.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는 앞서 이동욱이 경험했던 예능과는 차원이 달랐다. 집중력이 높은 1대 1 토크쇼를 기본으로 최신 트렌드 요소를 가미했다.

이같은 정통 토크쇼는 자니윤을 시작으로 서세원, 이홍렬 등을 필두로 90년대 예능계를 풍미한 적이 있었다. 2000년대에는 강호동의 '무릎팍 도사', 유재석·김원희의 '놀러와'가 있었다. 하지만 토크쇼는 시간이 지날수록 킬러 콘텐츠의 부재, 리얼 버라이어티의 인기에 따라 수명이 다 하는 듯 했다.

최근들어 시청자들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식상함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동욱의 토크쇼 도전은 도리어 신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데뷔 20년만에 토크쇼의 호스트가 된 이동욱은 "혼자 살아 말할 기회가 별로 없어 말하고 싶었다"라며 "어릴 때부터 토크쇼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영미식 토크쇼가 방송 안 된지 꽤 됐었다. 오랜만에 부활해보자는 의미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연출을 맡은 소형석 PD는 "영미권 토크쇼를 준비하다 이동욱의 팬미팅 영상을 봤다. 우리가 지향하는 정통 토크쇼 느낌과 잘 맞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동욱표 토크쇼는 과거에 봤던 단조로운 토크 형식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했다. 장도연과 함께하는 시추에이션 토크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1, 2회는 tvN 인기 드라마 '도깨비'에서 이동욱과 호흡을 맞췄던 공유가 출연해 크게 화제성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의욕이 과했던 탓일까. 반말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동욱은 절친인 공유에게 처음엔 '공유 씨'라고 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자연스럽게 반말을 했다. 뿐만 아니라 방청객들의 환호에 "너네 조용히 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처음은 농담으로 받을 수 있는 문제이지만, 이같은 발언이 잦아진다면 시청자의 질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욱 자질에 대한 평가는 시기상조인 것으로 보인다. '처음 치고 안정적'이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연출 부분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2020년형 토크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공유 외에도 이세돌, 김수근이 출연해 킬링 포인트는 있었지만 식상함을 돌파하기 위한 장치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정해인의 걸어보고서'도 마찬가지다. '걸어서 세계속으로'라는 예능을 정해인 주연으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제작진은 단순한 여행 리얼리티가 아닌 '걸어서 여행하고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이른바 '걷큐멘터리'라는 콘셉트를 표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해인의 사적인 모습이 처음으로 노출되며 많은 팬들의 이목을 끌기는 했지만, 정해인 외 그 어떤 것도 새로울 것이 없었다. 연예인들의 진부한 신변잡기는 더 이상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기 힘들어졌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연합뉴스에 "요즘 시청자들은 간판 출연자에 따라 프로그램 시청 여부를 정하지 않는다"며 "유명 배우가 출연하면 단기적으로 화제에는 오르겠지만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시청하는 부분은 별개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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