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맞대결 수용하겠다는 이낙연, 황교안 결단만 남았다

이낙연 "당에서 원하면 종로 출마"
황교안 "아직 결정된 것 없어"
대결 성사되면 사실상 대선 전초전
악수하는 이낙연 총리와 황교안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당에서 원한다면 기꺼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내년 총선에서 맞붙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26일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권 복귀 이후 총선 역할에 대한 질문에 "편한 길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거듭 밝혔다.정치권에서는 서울 종로를 지역구로 둔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이 총리가 종로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종로는 현직 대통령이 유권자인 지역구라 '정치 1번지'로 불린다. 총선 전체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지역이라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들이 출마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도 종로에 출마한 이력이 있다.

때문에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오래전부터 종로 출마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두 사람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 종로에서 두 사람의 대결이 성사된다면 사실상 대선 전초전이다. 하지만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현재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지원유세에 나설 인물이 이 총리 밖에 없다. 이 총리가 특정 지역 선거에 발이 묶이는 것을 당에서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총리가 '당에서 원한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종로에 출마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장 소장은 "이는 한국당도 마찬가지"라며 "두 사람 모두 비례대표에 이름을 올리고 내년 총선에서는 전국 지원 유세를 하는 식으로 활동할 것 같다. 다만 당선 안정권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당선이 어려운 순번에 이름을 올려 배수진을 칠 것 같다"고 했다. 박정희 정치연구소 박정희 소장은 "종로가 과거에는 한국당 텃밭이지만 정세균 의원이 8년 간 지역구를 잘 다져놨다"면서 "이 총리가 종로에 출마할 가능성은 높지만 황 대표가 대결에 응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박 소장은 "정 의원이 지역구를 잘 다져놨기 때문에 현재 종로에서 두 사람이 대결하면 이 총리가 훨씬 우세하다고 본다"면서 "황 대표가 이 총리와 맞대결했다가 지게 되면 상처가 클 것이다. 황 대표가 대결을 피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편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그런 대전(大戰)을 피해서는 절대 대통령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 측은 종로 출마 가능성에 대해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된 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