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리스크' 차단한 KT…회장직 없애고 연봉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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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직급 폐지, 대표이사 사장으로 직급 변경KT가 지난 26일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사진)을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낙점했다. KT 내부 인사가 차기 회장이 돼야 한다는 기대가 높았던 만큼 사내 분위기는 우호적이다.
급여도 이사회가 정하는 수준으로 낮추기로
CEO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KT 이사회가 새로이 꺼내든 카드가 관심을 받고 있다. 과거 CEO가 바뀔 때마다 정치적 외풍 논란에 시달린 KT는 정관을 개정해 회장 직급을 폐지했다. 회장에 집중됐던 막강한 권력을 분산하자는 취지. 국민 기업이라는 KT의 대내외 위상을 고려해 고액 연봉도 줄일 방침이다.KT 이사회는 차기 CEO 후보로 구현모 사장을 정기 주주총회에 최종 추천하기로 했다. 구 후보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 회장으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그간 KT 이사회는 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총 37명의 사내·외 차기 회장 후보군을 심사했다. 이달 12일 후보군을 9명으로 추렸고, 회장후보심사위원회가 전날 이들에 대한 심층 면접을 실시했다. 면접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10분까지 약 12시간 동안 마라톤으로 진행됐다.
심사는 어느 때보다 까다로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차기 CEO 선출의 핵심이 '외풍'에서 독립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KT는 민영화된 지 17년이 흘렀지만 오너 없는 지배체제가 지속되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로 잡음이 일었다. 이번만큼은 정치적 논란을 배제하고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수장을 선임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이를 위해 시스템적으로 손을 봤다. 기존 CEO 추천위원회에 있던 회장 최종후보 선정 권한을 이사회로 옮기고, 후보 심사 기준에 '기업 경영 경험' 요건을 포함했다. 사상 처음으로 차기 회장 후보군 실명을 공개한 것도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러한 노력은 대표이사 경영 계약에 그대로 반영됐다. KT 이사회는 회장 후보 선정 과정에서 고객, 주주, KT 그룹 구성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새로운 경영 계약을 후보자들에게 제안해 최종 후보자인 구현모 사장도 이를 받아들였다.이사회가 요구한 내용은 회장 직급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변경하고, 급여 또한 10억원이 넘는 고액 연봉에서 이사회가 정하는 수준으로 낮추는 게 골자다.
아울러 임기 중 법이나 정관을 위반하는 과실이나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이는 조항도 신설한다. 구 후보는 황창규 현 회장의 최측근으로 황 회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연루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변수를 감안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
KT 이사회는 정관 개정 등 후속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김종구 KT 이사회 의장은 "KT 이사회는 회장 선임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했다"며 "구현모 후보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췄으며,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민첩한 대응이 가능하고, 확실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해 KT의 기업가치를 성장시킬 최적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구 후보의 임기는 황창규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부터 2023년 3월까지 3년간이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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