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법 놓고 여·야 다시 극한 대치…'필리버스터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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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공수처법 상정 강행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자유한국당은 강력 반발하며 표결을 지연시키기 위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시작했다. 한국당과 검찰 등에선 공수처법에 ‘독소조항’이 포함됐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4+1 협의체가 본회의 표결을 강행하면 선거법 때보다 더 격렬한 충돌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여권, 공수처법 밀어붙이기4+1 협의체가 한국당과 합의 없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간 공수처법을 본회의에 상정하면서 이날 국회는 극심한 충돌을 빚었다. 한국당이 “의회민주주의의 사망”이라며 항의했지만 문희상 국회의장은 선거법 개정안과 예산부수법안 등을 처리한 뒤 공수처법을 본회의에 올렸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공수처법은 국민이 20년 넘게 기다려온 숙성된 법안”이라며 “신속하게 검찰개혁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처리 의지를 강조했다.
한국당, 필리버스터로 맞대응
한국당은 공수처법 상정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표결을 지연시키기 위한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선거법 개정안을 막기 위해 한국당이 지난 23일부터 50여 시간 진행했던 것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올라간 공수처법엔 측근 비리는 뭉개고 정적 비리는 가차 없이 제거하겠다는 현 정권의 속내가 담겨 있다”며 “어떤 수를 써서든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이 이번 임시국회 회기를 28일까지로 정하면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시간은 1차 필리버스터 때보다 짧아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임시국회 회기를 한 달로 하는 회기 결정의 건을 일단 제출해 놓고, 본회의 직전에 해당 회기를 2~3일 안팎으로 정하는 수정안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패스트트랙 법안을 하나씩 통과시키는 전략을 짰다. 회기가 끝나면 필리버스터에 들어갔던 안건은 바로 표결에 부쳐야 하는 조항을 활용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30일 다시 임시국회를 소집해 공수처법을 처리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계획이다.한국당은 공수처법에 대한 전원위원회 소집도 요구했으나 여야 간 합의가 불발됐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은 질의응답 시간을 1시간30분 정도로 제안했지만, 한국당은 ‘의원 전원이 질의응답해야 하며, 1시간30분으로는 못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전원위를 소집해 공수처법안 강행 처리를 최대한 늦추고, 이를 통해 시간을 버는 동안 여당과 공수처법 수정안 협의에 나선다는 전략이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본회의 상정 전후로 주요 의안에 대해 전원위를 열 수 있다.
공수처법 두고 여야 재격돌
한국당 측에선 4+1 협의체의 공수처법 수정안에 ‘독소조항’이 포함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검찰은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혐의를 인지하는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한 조항이 공수처에 ‘제왕적 권한’을 주는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이날 4+1 협의체에 참여한 바른미래당 당권파 내부에서도 공수처법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법에 반대 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4+1 협의체 수정안에 포함된 내용을 언급하며 “공수처가 통보받은 고위공직자의 범죄 사실에 대해 부실수사하거나 뭉개고 넘길 수 있다”며 “너무 강하면 부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인 그는 4+1 협의체에 참여한 당권파로 분류된다. 4+1 내부에서 공수처법에 대한 공개적인 반대 의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진)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법원 결정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위축시키는 것”이라며 “조 전 장관이 수많은 증거 앞에서 여전히 자신의 범죄를 부인하는데도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한 것을 어느 누가 납득하겠냐”고 지적했다. 신보라 한국당 최고위원도 “법원은 국민이 고대하던 정의의 응답을 해주지 않았다. 불공정·불의의 문(文)정권 시대에 법치가 설 곳이 없다”고 비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