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 출범…정부서울청사 앞 시민분향소(종합)

운구차 진입 막는 경찰과 대치하기도…"경찰 폭력적" 규탄
한국마사회의 부조리한 마방(馬房) 운영 등을 비판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문중원 기수의 죽음과 관련, 책임자 처벌과 제도 개선 등을 촉구하기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가 꾸려졌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문 기수 유족은 정부가 공기업인 마사회 관련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달라며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천막 분향소를 차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59개 시민사회단체는 27일 오후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마사회는 죽음의 경주를 멈추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말 산업으로 국가 경제 발전과 국민의 여가선용에 기여한다던 한국마사회는 사람을 쥐어짜 수입을 극대화하는 일개 기업에 지나지 않았다"며 "14년간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음에도 성찰 없이 오히려 '선진 경마'를 한다며 경쟁체계를 강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마사회는 유족, 노조와 머리를 맞대고 대화에 나서야 하지만 미봉책이자 기만적인 '개선안'을 어제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면서 정부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마사회의 공식 사과와 함께 선진 경마 폐기, 조교사와 기수 간 계약관계 개선, 마사 대부(조교사 마방 배정) 심사과정 개선 등을 요구했다.

시민대책위와 노조 관계자 4명은 결의대회 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등을 면담하고 마사회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연내 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는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한 뒤 유족들과 함께 정부서울청사로 행진, 오후 4시 30분께 세종로소공원 사이 인도(교통섬)에 천막 2동을 설치하고 시민분향소를 마련했다.

유족과 노조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고인의 장례를 아직 치르지 않고 있다. 애초 경남 김해시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했으나 정부에 더 강력히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이날 서울로 빈소를 옮겼다.

오후 6시께에는 유족과 노조가 운구차를 분향소 옆 교통섬으로 이동시키려 했으나 경찰이 도로교통법 등을 근거로 제지하면서 양측이 충돌을 빚기도 했다.

대책위는 "경찰이 고인과 떨어질 수 없다는, 더 이상 고인을 모욕하지 말라는 유족의 울부짖음을 폭력적으로 짓밟았다"고 규탄했다 .
유족과 노조는 약 3시간 가량 경찰과 대치하다가 오후 9시께 운구차를 인근인 세종로소공원 옆으로 옮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