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코드로 간편하게…이웃에게 사랑을 '터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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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 모금활동 나선 단체·기업들‘딸랑, 딸랑, 딸랑….’ 어디선가 따뜻한 종소리가 들려온다. 지금으로부터 91년 전 이맘때 처음 서울에 모습을 드러낸 한국 구세군의 자선냄비다. 크리스마스 시즌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구세군 자선냄비의 시작은 18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의 한 부둣가에 큰 쇠솥이 걸렸다. 당시 해안에서 여객선이 난파됐다. 1000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했지만 정부 지원은 느렸고 도움의 손길을 받을 길이 없었다. 힘들어 하는 난민을 지켜보던 조지프 맥피 구세군 사관은 밤새워 고민하다 주방에서 쓰던 쇠솥을 들고 나왔다. 거리에 솥을 내걸고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라고 썼다.
어떻게든 도울 방법을 찾던 사관의 마음이 거리를 지나가던 수많은 사람의 발길을 붙잡았다. 난민들에게 전할 따뜻한 식사를 마련할 수 있는 비용이 금방 마련됐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구세군 자선냄비는 그렇게 탄생했다.구세군 냄비가 한반도에 상륙한 1928년. 일제 치하에 연이은 홍수와 가뭄으로 흉년까지 겹쳐 국민 삶은 피폐하기 그지 없었다. 이에 한국 구세군자선냄비본부의 박준섭 사령관이 서울 명동에 처음 자선냄비를 설치하고 불우이웃 돕기 모금을 시작했다. 그해 12월 보름간 20곳에서 모금해 급식소를 마련했다. 그렇게 모금된 금액은 850원가량이었다. 그 덕에 매일 100여 명의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할 수 있었다. 아동 구호 시설을 지원해 집이 없는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이후 90년 넘게 사회 소외계층을 지원해왔다. 재난, 수해 등 긴급한 상황 속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긴급구호 활동도 하고 있다.
서민 생활은 여전히 팍팍하다. 어려운 경제 사정에 기부금 전체 규모는 조금씩 줄고 있지만 구세군 종소리를 듣고 자신보다 더 어려운 형편의 이웃을 생각하며 찾아오는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구세군의 거리모금액은 2016년 40억원, 2017년 39억원, 지난해에는 35억원이었다.구세군은 올해도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에서 ‘구세군 자선냄비 시종식’을 열고 전국 353곳에서 거리모금을 시작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행사에서는 나눔에 참여한 기업의 기부금 전달, 타종식, ‘방한용품 나눔키트’ 제작 시간을 가졌다. 이날 시종식 무대는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을 섬기는 의미를 담아 장식했다. 객석을 행사 무대보다 높게 설치해 수혜자와 후원자, 일반 시민 등 보통 사람들이 시종식의 주요 인사가 됐다.
올해부터 구세군은 거리 모금과 더불어 모바일 기부를 새롭게 시작했다. 거리 모금 기간 동안 네이버페이나 제로페이 등을 통해 구세군 기부에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자선냄비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통해 카드로도 기부할 수 있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목표 모금액도 설정하지 않았다. 구세군 관계자는 “100원, 1000원도 소중히 여기겠다는 구세군의 다짐을 표현한 것”이라며 “처음으로 냄비를 걸었던 마음,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단체와 기업이 자선 모금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과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올해 처음 ‘대한민국 사회혁신 체인지메이커’를 만들어 시상했다. 경제와 문화, 환경과 복지, 교육 부문 등으로 나눠 사회혁신 활동으로 공동체 발전에 기여한 개인에게 주는 상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유산 기부의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올해 ‘그린레거시클럽’을 발족시켰다.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과 차흥봉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표도 그린레거시클럽을 통한 유산 기부에 동참했다.장애인 특수학교인 밀알학교를 설립한 밀알복지재단은 굿윌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을 결합한 판매장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물건이나 기업의 새 상품 및 재고 상품을 기증받아 판매한 수익금을 통해 중증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문화재 환수와 복원 등의 활동을 펼쳐 올해 문화유산보호 유공자 포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스타벅스는 10년 전 문화재청과 문화재 지킴이 협약을 맺고 우리 문화재 보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