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월령선인장·우주오리 펜션…'감성과 체험' 안식처에서 머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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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여행 트렌드가 변하면서 이제 숙소는 단지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감성과 체험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숙소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곳은 역시 제주다. 특급호텔과 리조트는 물론 다양한 형태의 숙소가 있는 제주에서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곳은 숙박중개 사이트인 스테이폴리오의 숙소들이다.
'숙박중개사이트' 스테이폴리오 콘셉트 숙소 인기
스테이폴리오의 자체 제작 숙소를 선보이는 건축사 사무소 지랩은 제주 독채 펜션 ‘눈먼고래’, 요가를 경험할 수 있는 숙소 ‘브리드인제주’를 비롯해 서촌에서 색다른 고립을 누릴 수 있는 한옥 공간 ‘누와’ 등 누구나 한 번쯤 머물고 싶어지는 공간을 지었다.이상묵 지랩 대표는 머무는 것만으로 여행이 되는 곳을 만들고 싶어서 독특한 공간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말처럼 스테이폴리오에는 매력적인 콘셉트의 숙소가 즐비하다. 이런 곳이 숙소일까 싶은 장소가 숙소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서촌에 있는 마을호텔이다. 격자 모양 구조에 큰 건물 한 채로 지어진 형태의 숙소를 호텔이라고 한다면 마을호텔은 상식을 완전히 전복시킨다. 마을 곳곳에 객실(민박 형태의 숙소)이 흩어져 있고 식당과 카페는 물론 상점도 있다. 호텔이 갖춰야 할 요소들을 재배치한 것이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호텔촌이 됐다.
제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스테이폴리오 숙소는 한림읍에 있는 ‘월령선인장’이다. 국내 유일의 선인장 야생 군락이 있는 월령리 해안가에 무더기로 피어 있는 선인장을 콘셉트로 만들었다. 스테이폴리오 숙소인 월령선인장은 지랩이 직접 지은 공간은 아니지만 ‘머무는 곳이 여행이 된다’는 건축 철학을 가장 잘 구현한 곳 중 하나다. 건축주는 월령선인장 내부를 선인장으로 장식하고 돌담 속에 자쿠지를 배치했다. 집안 내부에 있는 나선 모양으로 된 계단을 따라 옥상으로 올라가면 바다를 포함해 마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두 개의 침실 사이로 경계를 둬 서로 색다른 경험을 하게 꾸민 것도 이색적이다. 공간 속에 놓인 고급 음향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악은 집안 구석구석을 향기처럼 채우고도 남는다. 유리 천장이 있는 다이닝룸과 큰 테이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빛이 변하는 내부 공간도 머물고 싶은 장소라는 느낌을 물씬 풍긴다.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우주오리’는 기발한 상상력의 공간이다. 국내 건축계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문훈 건축가의 작품이다. 우주오리는 우주동과 오리동으로 나뉘어 있다. 오리동에 있는 객실은 마치 오리를 닮은 듯한 모습이 익살스럽기도 하고 예술적인 느낌을 풍기기도 한다. 방은 긴 직사각형 형식이어서 침실에서 거실까지가 일자로 놓여 있지만 좁다거나 답답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아늑한 공간처럼 느껴진다. 가족보다는 연인이나 친구끼리 묵기에 적합하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