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약국과 치킨집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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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열두 시간씩 일해도 남는 건 월 250만원이 안 돼요.” 50대 중반의 치킨집 주인은 “퇴직 후 달리 할 게 없어서 시작했는데 갈수록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8년 기준 프랜차이즈(가맹점) 조사 잠정 결과’에 따르면 치킨집의 가맹점당 연매출은 1억6910만원으로 조사 대상 12개 업종 중 가장 낮았다. 최고 매출업종인 약국(10억4520만원)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순이익은 연 3000만원에 못 미쳤다.
치킨집은 특별한 진입장벽 없이 적은 밑천으로도 시작할 수 있어 퇴직자 등이 몰리는 대표적인 ‘레드오션(경쟁이 심한 시장)’이다. 그런 만큼 돈 벌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6000여 개가 생겼고, 8000여 개가 문을 닫았다. 이와 달리 약국은 약사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만이 영업을 할 수 있어 안정성과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두 업종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이들 사이에는 간과할 수 없는 구조적 차이가 있다. 약국업계는 이익집단으로 단단하게 뭉쳐 영업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벌이고 있다. 대한약사회 등의 단체를 통해 상비약의 편의점 판매 확대에 제동을 거는 등 ‘철밥통’을 지키면서 선거 때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치킨집 사업자들은 그럴 형편이 못 되고 힘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전국의 치킨집이 8만7000여 개나 되는데도 2만2000여 약국의 조직력을 따라가기 어렵다. 최근 들어 다른 업종 사업자들과 연계해 소상공인연합회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극히 미미하다.
두 업종의 이런 차이를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약국업계가 밥그릇을 탄탄하게 지키는 동안 소비자들은 약을 사기 불편한 현실을 견디고 있다. 한편에서는 치킨집의 치열한 경쟁 덕분에 다양한 맛을 저렴한 가격에 즐기고 있다. ‘치맥’은 한국의 음식문화로 외국에까지 알려져 있다.‘치맥문화’에 환호하는 외국인들이 한국은 밤중에 몸에 이상이 생겨도 비상약을 살 수 없는 ‘약품 소비 후진국’이라는 사실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새벽까지 기름때 묻은 장갑으로 닭을 튀기는 치킨집 주인 또한 불 꺼진 약국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른 게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세밑에 비친 우리 사회의 ‘두 얼굴’이 씁쓸하고 안타깝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치킨집은 특별한 진입장벽 없이 적은 밑천으로도 시작할 수 있어 퇴직자 등이 몰리는 대표적인 ‘레드오션(경쟁이 심한 시장)’이다. 그런 만큼 돈 벌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6000여 개가 생겼고, 8000여 개가 문을 닫았다. 이와 달리 약국은 약사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만이 영업을 할 수 있어 안정성과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두 업종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이들 사이에는 간과할 수 없는 구조적 차이가 있다. 약국업계는 이익집단으로 단단하게 뭉쳐 영업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벌이고 있다. 대한약사회 등의 단체를 통해 상비약의 편의점 판매 확대에 제동을 거는 등 ‘철밥통’을 지키면서 선거 때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치킨집 사업자들은 그럴 형편이 못 되고 힘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전국의 치킨집이 8만7000여 개나 되는데도 2만2000여 약국의 조직력을 따라가기 어렵다. 최근 들어 다른 업종 사업자들과 연계해 소상공인연합회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극히 미미하다.
두 업종의 이런 차이를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약국업계가 밥그릇을 탄탄하게 지키는 동안 소비자들은 약을 사기 불편한 현실을 견디고 있다. 한편에서는 치킨집의 치열한 경쟁 덕분에 다양한 맛을 저렴한 가격에 즐기고 있다. ‘치맥’은 한국의 음식문화로 외국에까지 알려져 있다.‘치맥문화’에 환호하는 외국인들이 한국은 밤중에 몸에 이상이 생겨도 비상약을 살 수 없는 ‘약품 소비 후진국’이라는 사실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새벽까지 기름때 묻은 장갑으로 닭을 튀기는 치킨집 주인 또한 불 꺼진 약국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른 게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세밑에 비친 우리 사회의 ‘두 얼굴’이 씁쓸하고 안타깝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