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4%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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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 <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john.lee@meritz.co.kr >노후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금액이 필요할까? 100세 시대에 60세에 은퇴한다고 가정하면 40년을 수입 없이 살아야 한다. 가능한 한 많은 은퇴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노후자금을 사교육비로 낭비하고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금을 마련하기 요원하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한지 알고 싶어 하지 않고 어떻게 되겠지 하고 체념한다.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일 것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은퇴 후 노후자금으로 돈을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명확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피하면 경제독립은 점점 요원해진다. 경제독립을 포기하면 현명하지 못한 소비를 하게 되고 그럴수록 경제독립의 길은 더 멀어진다.은퇴 후 노후 자산 관리법칙으로 많이 쓰이는 ‘4%룰’이라는 것이 있다. 윌리엄 벤젠이라는 재무관리사가 연구한 것으로 은퇴할 시점의 자산을 기준으로 여생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금액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4%가 1년 생활비라고 가정했을 때, 은퇴 시 10억원이 있다면 원금의 4%인 4000만원 정도를 연간 생활비로 쓸 수 있다. 매달 333만원 정도 되는 돈이다. 하지만 은퇴시점의 자산이 5억원이라면 연간 생활비는 2000만원으로 줄어든다. 한 달에 166만원에 해당하며 최저생활비 수준의 금액이다.
문제는 수명 연장이 4%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4%룰은 퇴직 첫해 노후 자산의 4%를 인출액으로 삼고 이듬해부터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서 은퇴자금을 빼 쓰는 방식이다. 4%룰을 기준으로 노후 자산을 30년 이상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산이 주식에 투자돼 있어야 한다. 주식에 투자하지 않을 경우 노후자산이 다 없어지는 시점이 30년 이내로 단축된다. 60세에 은퇴하고 5억원의 은퇴자산에 4%룰을 적용했을 경우 85세가 되는 시점에 모든 자산은 소진된다는 계산이 나온다.지금처럼 기대수명이 계속 늘어나 노후자금으로 30년 이상 살아야 한다면 방법은 세 가지다. 4%룰을 더 낮게 수정하든지, 자산을 주식 및 펀드 등 수익률 높은 곳에 투자하든지, 아니면 은퇴 시점의 자산을 더 많이 준비해두는 것이다. 4%룰을 꼭 기억해야 한다.
개개인의 경제 상황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어느 정도의 은퇴자금이 필요한지 일반화할 수는 없다. 여러분의 사정은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적절한 생활비를 예상하고 이를 근거로 필요한 은퇴자금을 계산해야 한다. 은퇴하기 전에 반드시 그 이상의 금액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목표를 향해 매일 조금씩 다가가는 생활습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