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린토피아 '세탁 혁신'…"이제는 가전과 경쟁"

세탁편의점 사업부에서 출발
1위 세탁서비스 기업으로 부상
2848개 가맹점 네트워크 구축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주부들은 남편의 와이셔츠를 집에서 세탁해 직접 다렸다. 당시 동네 세탁소의 와이셔츠 세탁비는 2500원. 신입사원 월급이 평균 40만원이던 시절이라 세탁비는 부담이었다. 그 무렵 세탁편의점 가맹사업을 막 시작한 크린토피아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승부수를 던지기로 하고 미국에서 자동화 기기를 들여왔다. ‘와이셔츠 세탁비 500원’으로 돌풍을 일으킨 크린토피아는 1일 3회 수거 및 배송, 특수 세탁, 명품 수선, 코인빨래방 등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국내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범돈 크린토피아 대표는 29일 “생활세탁 대행 서비스로 또 한번 돌풍을 일으키겠다”며 “우리의 궁극적인 경쟁 상대는 세탁기, 건조기를 만드는 전자회사”라고 밝혔다.
이범돈 크린토피아 대표가 경기 성남시에 있는 본사 공장에서 세탁물의 자동 처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빨래 없는 집’ 위한 혁신 서비스크린토피아는 내년부터 ‘빨래에서 해방된 가정’을 표방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인다. 이 서비스는 가정을 방문해 수건과 속옷 등 매일 나오는 생활 빨래를 수거한 뒤 세탁하고 차곡차곡 개서 가져다주는(워시앤드폴드) 방식이다. 이를 위해 관련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는 크린토피아 매장에 소비자가 직접 세탁물을 갖고 와야 한다. 이 대표는 “맞벌이, 1인가구 등을 겨냥한 새로운 시도”라면서 “‘빨래 없는 가정’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부피가 큰 겨울 외투를 봄에 맡기면 이를 세탁한 뒤 몇 달간 보관해주는 겨울옷 보관 서비스, 명품 가방과 모피 등 고가 제품을 전문으로 세탁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도 내년에 새롭게 선보인다. 이 대표는 “세탁기능사가 150여 명이 넘을 만큼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가 우리만의 경쟁력”이라며 “영세하고 고령화된 동네 세탁소가 넘볼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건 전국적인 네트워크 덕분이다. 2848개 매장에선 소비자들의 빨래를 접수하고 돌려주기만 한다. 특별한 설비나 기술 없이 1인 창업이 가능하고 점포는 작아도 된다. 세탁은 첨단 설비를 갖춘 134개 지사의 공장에서 한다. 아침과 점심, 저녁 하루 세 번씩 배송차가 돈다. 그래서 당일 세탁도 가능하다. 선진국형 세탁 서비스 모델이다.
세탁 시장 개척하고 선진화해

이 대표는 창업주인 이범택 회장의 동생이다. 이 회장은 1986년 염색 및 섬유가공 업체인 보고실업을 설립한 뒤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1992년 세탁편의점인 크린토피아 사업부를 신설했다. 하지만 동네 세탁소들의 벽이 높아 적자가 누적됐다. 당시 한국전력에서 재무 담당 직원으로 일하던 이 대표가 구원투수를 자청하며 1993년 합류했다. “가맹점 수가 늘어야 ‘규모의 경제’가 갖춰지고 수익 구조도 개선된다”고 형을 설득했다. 와이셔츠 세탁으로 파격을 일으킨 것도 이즈음이다. 2010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크린토피아는 국내 세탁 시장에 변화와 혁신을 꾸준히 일으켜왔다. 2009년엔 국내 최초로 24시간 무인 영업이 가능한 코인빨래방을 도입해 이 시장을 개척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맹점의 수익성이 낮아지자 고민하던 차였다. 이 대표는 “국내 세탁 시장을 확대하고 선진화된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며 “세탁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함께 가는 산업”이라고 말했다.

성남=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