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9] 사회를 발칵 뒤집은 10대 사건 … 연쇄살인범 이춘재부터 토막살인 고유정까지 (下)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이 된 '살인의 추억'
뻔뻔함의 극치 보인 고유정과 장대호
눈물의 기자회견하고 구속된 박유천
※앞선 내용은 '버닝썬'부터 '대림동 여경 논란'까지 [2019년 10대 사건·사고 - 上] 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황금돼지의 해라고 불렸던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의 기운을 받아 어느 해보다 좋은 일이 가득할 것 같았지만 2019년 역시 각종 사건·사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준비하며 올 한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사건·사고를 돌아봤다.
세상을 떠난 가수 고(故) 구하라와 고 설리(왼쪽부터) /사진=구하라 인스타그램
◆악플 고통 끝에 세상 떠난 절친…구하라와 설리

지난 10월과 11월 연이어 비보가 전해진다. 절친이었던 가수 고(故) 설리(본명 최진리·25)와 고 구하라(28)가 세상을 떠난 것.

설리는 지난 10월 14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설리는 동료 연예인과 공개 연애 후 성희롱을 비롯, 각종 루머와 악플에 시달렸다. 연예계 활동까지 잠정 중단했던 설리는 활동을 재개하고도 자유분방한 행보를 보이며 자신의 소신을 내비쳤다. 그러나 우울증과 대인기피, 공황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설리가 세상을 떠나고 42일 만인 지난 11월 24일, 그의 절친이었던 구하라도 세상을 등지게 된다. 구하라는 그룹 카라 활동을 하면서 국내외에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올해 전 남자친구와의 법정 공방과 리벤지 포르노 피해 등에 시달리며 수많은 악플들을 마주해야 했다.

이들의 비극적 소식에 많은 이들이 무분별한 인터넷 악플 문화에 대한 사회적 성찰을 하기도 했다. 특히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은 지난 10월 연예 기사 내 댓글 창 폐지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춘재의 고등학교 졸업사진 /사진=연합뉴스
◆이제는 '이춘재 연쇄살인사건'…33년 만에 잡힌 진범영화 '살인의 추억'으로도 잘 알려진 대한민국 최악의 범죄,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이름이 바뀌었다. 진범 이춘재의 등장과 함께 말이다.

이춘재(56)는 지난 1986년 1차 사건 발생 33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9월 사건 당시 현장에서 채취한 DNA가 처제 살인으로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의 것과 일치한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를 통보받고 그를 용의자로 발표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춘재는 10차에 걸친 화성 연쇄살인을 모두 자신이 저질렀다고 진술했다.한편 8차 사건은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려 옥살이까지 한 상황. 이 사건의 전모 역시 이춘재의 자백으로 반전을 맞이한다. 검찰은 현재 수원지법에 재심 개시 의견서를 제출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6월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고 있는 고유정의 모습. 사진은 경찰이 촬영한 영상의 캡처본 /사진=연합뉴스
◆사상 최악의 악마?…고유정의 '전 남편 살인 사건'

그야말로 참혹했다. 아들을 만나러 온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까지 훼손했던 고유정(36). 그는 의붓아들 살해 의혹까지 휩싸이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5월 고유정은 제주도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 바다 등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고유정은 경찰 수사 단계부터 전 남편의 성폭행 시도에 저항하다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하지만 범행 전 인터넷에서 구체적인 살해 방법과 사체 처리와 관련된 검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거주지인 충북 청주시의 한 병원에서 수면 유도제인 '졸피뎀'을 미리 구매한 사실도 밝혀졌다.

법원은 이 사건을 의붓아들 살인 사건과 병합해 심리 중이다. 고유정의 의붓아들인 A 군은 지난 3월 고유정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고유정이 수면 유도제 성분을 넣은 카레를 A 군과 당시 남편에게 먹인 뒤 A 군을 질식해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가수 박유천이 자신의 마약 투약 혐의를 부인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한경DB
◆뽕의 전성시대?…재벌가와 연예계 휘감은 마약 스캔들

2019년은 그야말로 '뽕의 전성시대'였다. 현대·SK·CJ 재벌그룹 3세들의 마약 사건이 줄줄이 터졌다. 뿐만 아니라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의 장녀도 대마를 밀반입하다 적발됐다.

여기에 가수 박유천(33)도 마약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의혹이 일자 그는 마약을 하지 않았다며 '눈물의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그러나 혐의점이 드러나 바로 구속되는 황당한 상황을 보여줬다.

지난 7월 수원지법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40만 원을 선고받은 그는 태국에서 유료 팬 미팅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또다시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모텔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장대호가 지난 8월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끝까지 고개를 숙이지 않았던 장대호의 '한강 몸통 시신 사건'

"다시 태어나도 또 죽인다"

'한강 몸통 시신 사건' 피의자 장대호(39)가 피해자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그의 잔혹한 범행 행각에 놀랐던 시민들은 인면수심(人面獸心) 수준의 발언에 다시 한번 놀랐다.

장대호는 지난 8월 자신이 종업원으로 일하는 서울 구로구 인근 모텔에서 투숙객(32)을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냈다. 범행 직후 그는 토막 낸 시신을 여러 차례에 걸쳐 한강에 유기했다.

그는 투숙객이 반말하고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숙박비 4만 원을 나중에 주겠다 한 것에 화가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장대호는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상대방이 죽을 짓을 했기 때문에 반성하지 않는다"라며 지속적으로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고려 때 김부식의 아들이 정종부의 수염을 태운 사건이 있었는데 정종부가 잊지 않고 복수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범행을 미화하기도 했다.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은 그는 현재 항소를 한 상태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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