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사죄, 어머니 수용"…한진家 '성탄 막장' 빠른 사과 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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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가, 모자의 난 번진 경영권 갈등 '봉합'한진 총수 일가의 갈등이 '남매의 난'에서 '모자의 난'으로까지 번진 가운데,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사과문을 발표하며 발빠른 사태 봉합에 나섰다.
▽"고(故) 조양호 회장 유훈 지켜나가겠다"
▽ 주총 앞두고 '사회적 공분' 확대 부정적 판단
이 고문과 조 회장은 30일 공동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이들은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를 했고 이명희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며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 간의 화합을 통해 고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진가가 공동 사과문을 낸 배경은 지난 성탄절 벌어진 '모자(母子) 싸움' 때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조현아 전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 방식을 공개 비판한 지 이틀 만인 지난 25일 조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서울 평창동 자택에서 다퉜다.
조 회장은 어머니가 경영권을 두고 조 전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준 데 대해 문제를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탄절 조 회장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어머니 자택을 방문했다가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이 고문 측은 조 회장이 어머니에게 욕설을 퍼붓고 집안 유리를 박살냈다며 이 고문이 다쳤다는 점과 깨진 유리 등을 사진으로 찍어 회사 일부 경영진에게 전달했다. 회사에 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막장극을 보는 듯한 재벌가의 성탄절 다툼에 비판 여론은 더 거세졌다. 대다수 주주와 임직원들 역시 경영권 다툼으로 불안감을 호소했다. 대한항공 노조는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둘러싼 오너 남매의 경영권 논란에 대한 기사를 접하면서 깊은 실망과 우려를 표명한다"며 "지주사 경영권에 대한 분쟁을 야기하는 것은 사회적인 공분만을 더욱 가중시킨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둔 만큼, 가족 간 갈등이 다시 오너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미 '땅콩회황', '물컵 갑질' 등으로 오너리스크를 혹독히 치른 한진그룹이 경영권 다툼으로 다시 사회적 공분을 살 수 있어서다.조 회장은 '캐스팅보트'를 쥔 이 고문이 이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반기'를 묵인해 줬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 고문은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 23일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고문과 말다툼을 벌이던 조 회장이 화를 내며 자리를 뜨는 과정에서 거실에 있던 화병 등이 깨졌다. 이 고문 등은 경미한 상처를 입었고, 이 자리엔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이처럼 경영권 갈등이 확대됐지만 사태가 급속히 봉합된 이유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 입장에선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가족의 도움이 절실하다. 조양호 회장 생전부터 한진칼 지분을 모아온 사모펀드 KCGI는 한진칼 지분을 17.29%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각각 6.52%와 6.49%다. 두 사람의 지분율 차이는 0.03%포인트에 불과하다. 막내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분은 6.47%,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5.31%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다음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발표한 사과문 전문.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립니다.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를 하였고 이명희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하였습니다.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간의 화합을 통해 고 조양호 회장님의 유훈을지켜 나가겠습니다.감사합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