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2대 주주' KCGI, 한진家 분쟁에는 "입장 없다"

강성부 대표, 극도로 말 아껴…추이 더 지켜볼 듯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내부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드러난 가운데 한진칼의 2대 주주인 사모펀드 KCGI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기업지배구조 전문가인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는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 취득으로 2대 주주에 오른 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총수 일가를 강하게 압박해 왔다.

그러나 최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상대로 공개적인 반발하고 나서면서 '남매의 난'이 불거진 이후 KCGI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도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모자의 난'으로까지 비화하자 조 회장과 이 고문이 30일 공동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논란을 잠재우려는 모습이지만, 경영권 갈등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이런 가운데 경영권 분쟁에서 주요 역할을 할 수 있는 KCGI 강성부 대표는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이며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다.

강 대표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분쟁에 관한 KCGI의 입장을 묻기 위한 연합뉴스의 인터뷰 요청에 계속 응하지 않다가 지난 29일 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입장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는 KCGI의 한 관계자가 '한진가의 가족 간 갈등에는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내가 인터뷰한 것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또 '해당 인터뷰를 한 관계자는 그저 일반적인 얘기를 한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는 향후 한진그룹과 관련해 어떤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이처럼 강 대표가 한진가 분쟁에 대한 개입 여부조차 일절 함구하고 있는 것은 향후 행동반경을 가능한 한 넓게 열어두려는 취지로 풀이된다.KCGI가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현재 단독 지분만으로는 실질적인 어려움이 있어 다른 주주들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 3월 한진칼 정기 주총에서 KCGI는 고(故) 조양호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석태수 대표의 연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며 총수 일가의 경영에 제동을 걸고자 했지만, 우군을 더 확보하지 못해 석 대표의 연임을 막지는 못했다.

KCGI가 최근 한진칼 주식을 추가 취득해 지분율을 17.29%로 늘렸지만, 여전히 총수 일가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친 28.94%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KCGI는 지난 6월 한진칼 지분(10.00%) 취득으로 주요 주주가 된 델타항공에 서신을 보내 "감시와 견제 역할을 동료 주주로서 함께하자"고 제안하며 델타항공이 총수 일가의 백기사 역할을 할 가능성을 견제하기도 했다.

또 지난 10월 반도건설까지 한진칼 주요 주주(지분율 6.28%)로 등장해 지분 구도가 더 복잡해진 상황에서 KCGI는 목표 달성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짜기 위해 고심 중일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복귀를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KCGI가 '땅콩회항' 사건으로 회사에 타격을 준 조 전 부사장과 한배를 탈 가능성은 작게 점쳐지지만, 강 대표로서는 일단 상황이 흘러가는 추이를 좀 더 지켜본 뒤 입장이나 전략을 정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한편으로는 KCGI가 한진그룹 경영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두고 '투기 자본 아니냐'고 의심하는 등 부정적인 시각도 있는 상황에서 국민적인 인식이 좋지 않은 한진가의 분쟁에 얽히거나 함께 거론되는 상황을 강 대표가 꺼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