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발 2020 다시 뛰는 기업들] 위기 탈출 시동 건 현대차…"2025년까지 친환경차 44종으로 확대"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수출용 차량이 울산항 부두에서 배에 실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해 12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 주재로 해외법인장 회의를 열어 SUV 라인업 확대, 판매 최우선 지원 체제 구축 등을 통해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한다는 올해 경영 전략을 수립했다.

美·中 시장 명예회복 ‘시동’현대차그룹은 올해 역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녹록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예년과 비슷한 정체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작년보다 0.4% 증가한 8730만 대(판매량)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는 2018년에 비해 5% 감소한 8695만 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시장이 전년 대비 0.7%가량 축소되기 시작한 뒤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경영 화두는 ‘수익성 확보’다. 무리한 판매 계획을 세우고 물량을 밀어내기보다 내실있는 생산·판매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자동차산업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연구개발(R&D) 및 미래 기술 투자를 대폭 확대해 자율주행자동차, 친환경차 등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현대·기아차는 우선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명예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승부를 보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 전체에서 밀릴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SUV 라인업을 대폭 늘리고 있다.중국에선 현지 최대 인터넷서비스 업체인 바이두 등과 협업해 첨단기술을 적용한 신차들을 앞세우기로 했다. 현대차는 ix25 싼타페 쏘나타, 기아차는 K3 KX3 등 중국 전략 차종을 내세워 떨어진 판매량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중국 정부의 환경 규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아반떼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코나 전기차(EV) 등 친환경차 판매도 본격화한다. 인도 등 신흥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해 8월 연산 30만 대 규모의 인도 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완성차공장도 착공했다.

친환경차 확대 전략도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현재 15종인 친환경차를 44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차량 전동화에만 3조3000억원을 쏟아붓는다. 앞으로 다가올 탈(脫)내연기관 시대를 맞아 선제적 투자를 통해 ‘게임체인저’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전체 사업 투자 규모도 대폭 늘린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총투자액이 45조3000억원에 달한다. 연평균 9조600억원 수준이다. 지난 5년(2014~2018년)간 연평균 투자액(약 5조7000억원)보다 58.9% 늘어난 규모다.

미래차 글로벌 협업체계 구축자율주행 등 미래차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투자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톱3’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업체인 아일랜드의 앱티브와 손잡고 2조4000억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2022년까지 4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을 선보인다는 목표도 세웠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할 것”이라며 “미래차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는 합작사 설립뿐만 아니라 관련 R&D, 테스트 작업,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할 방침이다. 합작사는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운행 가능한 완전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2년까지 자율주행 플랫폼(소프트웨어 시스템) 개발을 마칠 계획이다.현대·기아차는 과거 다른 그룹에 비해 외부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전략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차량공유 기업부터 자율주행 기술 보유 기업,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제작 기업, 드론 기술 기업 등 분야도 다양해졌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