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헤지펀드와 폰지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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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하면 부정적인 생각부터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조지 소로스(퀀텀펀드)의 영국 파운드화 공격(1992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몰락(1998년),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2015년)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헤지펀드는 대체로 안 좋은 뉴스와 엮이는 경우가 많다.
‘뭔가 비밀스럽게 자금을 동원해 부정한 방법으로 시세 조작을 하고 개미들의 등을 쳐서 막대한 돈을 버는 투기꾼’이라는 생각이 퍼진 이유다. 그런데 정작 헤지(hedge)는 장벽, 울타리라는 말로 헤지펀드는 ‘위험을 일정 범위로 제한하는 펀드’라는 뜻이다. 레버리지를 사용해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한다는 통념과는 사뭇 다르다.헤지펀드 창시자로 알려진 앨프리드 존스는 “좋은 주식을 고를 수는 있지만 단기적인 시장의 방향성은 예측 불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평가된 주식은 매입하고 과대평가된 주식은 공매도하면 시장 위험을 최소화(헤지)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른바 ‘롱쇼트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그는 이런 전략을 통해 주식 보유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고, 적지만 꾸준한 수익을 냈다. 헤지펀드의 본래 개념은 어디까지나 위험 최소화였던 것이다.
이에 반해 ‘폰지 사기’는 말 그대로 사기일 뿐이다. 찰스 폰지는 1차 세계대전 직후 외국에서 사들인 국제우편 쿠폰을 미국 내에 유통시키면서 환율 차이를 이용해 막대한 차익을 얻었다. 이후 ‘45일 후 원금의 50%, 90일 후 원금의 100% 수익’을 약속하고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이다가 파산했다.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 투자자들이 2400억원대 투자금을 모두 날릴 위기라고 한다. 이 펀드가 투자한 미국 헤지펀드가 폰지 사기를 벌이다 자산이 동결됐기 때문이다. 헤지펀드는 소수 투자자를 대상으로 비공개 투자를 하는 만큼 ‘불법 행위’의 유혹에 노출되기 쉽다. 헤지펀드 운용사도, 투자자도 ‘위험 최소화’라는 본래 취지를 망각하고 탐욕을 부리다보니 폰지 사기라는 덫에 자기도 모르게 빠져버린 것이다.인간의 과욕 탓이겠지만 그런 욕심이 없었다면 금융산업 발전 역시 없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아이러니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뭔가 비밀스럽게 자금을 동원해 부정한 방법으로 시세 조작을 하고 개미들의 등을 쳐서 막대한 돈을 버는 투기꾼’이라는 생각이 퍼진 이유다. 그런데 정작 헤지(hedge)는 장벽, 울타리라는 말로 헤지펀드는 ‘위험을 일정 범위로 제한하는 펀드’라는 뜻이다. 레버리지를 사용해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한다는 통념과는 사뭇 다르다.헤지펀드 창시자로 알려진 앨프리드 존스는 “좋은 주식을 고를 수는 있지만 단기적인 시장의 방향성은 예측 불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평가된 주식은 매입하고 과대평가된 주식은 공매도하면 시장 위험을 최소화(헤지)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른바 ‘롱쇼트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그는 이런 전략을 통해 주식 보유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고, 적지만 꾸준한 수익을 냈다. 헤지펀드의 본래 개념은 어디까지나 위험 최소화였던 것이다.
이에 반해 ‘폰지 사기’는 말 그대로 사기일 뿐이다. 찰스 폰지는 1차 세계대전 직후 외국에서 사들인 국제우편 쿠폰을 미국 내에 유통시키면서 환율 차이를 이용해 막대한 차익을 얻었다. 이후 ‘45일 후 원금의 50%, 90일 후 원금의 100% 수익’을 약속하고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이다가 파산했다.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 투자자들이 2400억원대 투자금을 모두 날릴 위기라고 한다. 이 펀드가 투자한 미국 헤지펀드가 폰지 사기를 벌이다 자산이 동결됐기 때문이다. 헤지펀드는 소수 투자자를 대상으로 비공개 투자를 하는 만큼 ‘불법 행위’의 유혹에 노출되기 쉽다. 헤지펀드 운용사도, 투자자도 ‘위험 최소화’라는 본래 취지를 망각하고 탐욕을 부리다보니 폰지 사기라는 덫에 자기도 모르게 빠져버린 것이다.인간의 과욕 탓이겠지만 그런 욕심이 없었다면 금융산업 발전 역시 없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아이러니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