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재무 베테랑도 구직 실패…'재취업 끈' 놓은 40代, 4만명 늘어

경제 확대경

대통령도 언급한 40代 고용한파, 어느 정도길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40대의 고용 부진이 매우 아프다”며 “특별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40대 일자리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3월까지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40대 고용 한파는 어느 정도로 심각한 것일까.

서울의 한 고용센터에서 취업 지원 업무를 하는 A씨는 지난해 9월 40대 실업자 B씨로부터 “재취업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중견기업에서 20년간 회계와 공시 업무를 해온 사람이었다. 능력은 충분해 조금만 도와주면 금방 취업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3개월간의 노력에도 끝내 구직에 실패했다. 기업들이 B씨의 능력은 인정하면서도 월급 400만원 정도를 원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손사래를 쳤기 때문이다. B씨는 실업급여 수급 기간도 끝나 지금은 대책 없이 집에서 놀고 있다. A씨는 “기업들도 경기침체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라 인건비 부담이 높은 40대는 채용을 꺼린다”고 전했다.
40대에 불어닥친 고용 한파가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 작년 1~11월 40대 고용률은 78.3%로, 전년(79.0%)보다 0.7%포인트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10년(77.9%) 후 가장 낮은 수치다. 문 대통령이 특단책을 주문했지만 40대 취업난은 경제활력 저하, 노동비용 상승 등 구조적 원인이 커서 단기에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도 구직도 안 하는 40대 4만 명↑

40대 고용률은 2017년 79.4%에서 2018년 79.0%로 하락했다. 하지만 이때는 일자리를 잃은 뒤 구직 노력을 하는 사람이 많아 40대 경제활동참가율은 81.1%에서 81.0%로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작년엔 1~11월 80.2%까지 추락했다. 일도 없고 구직 노력도 안 하는 ‘비경제활동인구’가 4만 명 급증한 탓이다. B씨처럼 취업문을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자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40대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이를 뒷받침하듯 40대의 신규 채용 일자리는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각각 2만6000명, 3만4000명 줄었다. 두 분기 연속 신규 채용 일자리가 감소한 건 40대가 유일하다. 50대가 같은 기간 3만8000명, 4만 명 증가한 것과도 대비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50대만 돼도 퇴직 후 눈높이를 낮춰 재취업을 시도하는 사람이 많지만 40대는 한창 가계 경제를 책임져야 할 때라 그러기 쉽지 않다”며 “40대는 고용장려금과 직접일자리 등 정부 지원도 적어서 어려움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중장년과 청년은 정부가 세금으로 직접일자리를 지원해 경기침체의 악영향을 상쇄하고 있지만 40대는 그마저 여의치 않아 고용난이 심해지고 있다.

“구조개혁 없이 40대 고용 회복 어려워”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노동비용 상승 역시 40대 고용 한파에 한몫했다. 40대 일자리를 업종별로 분석해보면 지난해 상반기(4월 기준) 21개 주요 업종 가운데 14개 업종(66.7%) 취업자가 전년에 비해 감소했다.

특히 업황 부진이 심한 제조업(-3만 명), 도소매업(-6만1000명), 건설업(-2만1000명)은 물론 최근 고용이 회복세인 숙박·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도 40대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40대는 숙박·음식점업과 교육서비스업 취업자가 각각 2만3000명, 9000명 줄었고 보건·사회복지비스업 고용은 작년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들 서비스업은 노동비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데 최근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며 “최저임금 수준만 요구하는 고령자와 청년은 고용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을 원하는 40대는 채용할 여력이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재정 투입 효과가 가리고 있는 경기침체와 노동비용 상승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40대 고용난”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고용 확대 의욕을 떨어뜨리는 각종 규제를 개혁하고, 연차가 쌓이면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경직적 임금 체계를 개선하는 등 구조개혁을 단행하지 않는 한 40대 고용난은 해결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