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서 내돈 들여 방범" 여성 1인가구 안전비용은 '핑크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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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주거침입 범죄에 불안감 커져 자비로 보안장비 설치
"국민 안전보장은 국가의 의무…지금은 개인이 민간업체 통해 각자도생" 서울 서초구의 한 빌라에 홀로 거주하는 직장인 홍모(24·여)씨는 최근 사설경비업체에 보안 서비스를 의뢰했다. 외부인이 일정 시간 이상 현관문 앞을 서성일 경우 폐쇄회로(CC)TV와 센서가 이를 감지해 경고 메시지를 방송하고 휴대폰에 알림을 보내주는 서비스다.
홍씨는 30일 "최근 혼자 사는 여성을 겨냥한 성범죄가 연일 보도되면서 불안감이 커졌다"며 "한 달에 8만원 정도가 들어 조금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안전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가족 패러다임이 바뀌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비혼 추세가 확산하면서 여성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주거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한다.
혼자 사는 여성들은 범죄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각종 '안전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서울 동작구의 한 빌라 1층에 사는 직장인 염모(25·여)씨는 지난해부터 창문용 잠금장치와 문열림 센서 등 다양한 방범용품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창문용 잠금장치를 사용하면 외부에서 창문을 열고 들어올 수 없고, 문열림 센서를 통해 현관문·창문이 열릴 때마다 휴대폰 앱으로 알림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염씨는 "이전 자취방에 살 때 새벽에 모르는 사람이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려고 시도한 일을 겪은 이후 두려움이 커졌다"며 "돈이 들더라도 수시로 안전을 확인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1인 가구 3천명(남성 1천469명, 여성 1천531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혼자 살 때의 어려움 1순위로 안전(성폭력·범죄)을 꼽은 여성은 172명(11.2%)이었다. 반면 같은 답을 한 남성은 12명(0.8%)에 불과했다.
1인 가구 여성 중에서도 청년층이 해당 응답자의 86%를 차지했다.
중장년층(9.9%)이나 노년층(4.1%)보다 안전 문제에 훨씬 민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지현 울산대 경찰학과 교수의 '1인 가구의 범죄피해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여성 청년 1인 가구는 남성보다 주거침입 피해를 볼 가능성이 11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 범죄 취약성이 높은 가구에 대한 대책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안전을 위한 추가비용이 여성 개인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1인 가구 여성의 경우 안전한 위치와 보안시설이 갖춰진 집을 선호해 상대적으로 높은 주거비를 부담하게 되는 데다 방범용품에 추가로 돈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염씨는 "건물 1층에 경비원이 있는 오피스텔을 구하려다 보니 집이 좁은데도 월세로만 60만원을 내고 있다"며 "안전을 위해 돈과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 근처에서 3년째 자취 중이라는 대학생 이혜승(21)씨도 "현관문에 이중 잠금장치를 설치하고 창문을 불투명 유리로 교체하면서 조금 억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며 "여성이라서 지출하는 안전비용은 사실상 핑크택스(pink tax, 같은 상품이나 서비스인데도 여성용이 더 비싼 현상)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국민 안전을 보장하는 건 국가의 의무인데 지금은 개인이 민간업체를 통해 각자도생하는 상황"이라며 "여성 대상 범죄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꼭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국민 안전보장은 국가의 의무…지금은 개인이 민간업체 통해 각자도생" 서울 서초구의 한 빌라에 홀로 거주하는 직장인 홍모(24·여)씨는 최근 사설경비업체에 보안 서비스를 의뢰했다. 외부인이 일정 시간 이상 현관문 앞을 서성일 경우 폐쇄회로(CC)TV와 센서가 이를 감지해 경고 메시지를 방송하고 휴대폰에 알림을 보내주는 서비스다.
홍씨는 30일 "최근 혼자 사는 여성을 겨냥한 성범죄가 연일 보도되면서 불안감이 커졌다"며 "한 달에 8만원 정도가 들어 조금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안전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가족 패러다임이 바뀌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비혼 추세가 확산하면서 여성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주거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한다.
혼자 사는 여성들은 범죄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각종 '안전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서울 동작구의 한 빌라 1층에 사는 직장인 염모(25·여)씨는 지난해부터 창문용 잠금장치와 문열림 센서 등 다양한 방범용품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창문용 잠금장치를 사용하면 외부에서 창문을 열고 들어올 수 없고, 문열림 센서를 통해 현관문·창문이 열릴 때마다 휴대폰 앱으로 알림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염씨는 "이전 자취방에 살 때 새벽에 모르는 사람이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려고 시도한 일을 겪은 이후 두려움이 커졌다"며 "돈이 들더라도 수시로 안전을 확인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1인 가구 3천명(남성 1천469명, 여성 1천531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혼자 살 때의 어려움 1순위로 안전(성폭력·범죄)을 꼽은 여성은 172명(11.2%)이었다. 반면 같은 답을 한 남성은 12명(0.8%)에 불과했다.
1인 가구 여성 중에서도 청년층이 해당 응답자의 86%를 차지했다.
중장년층(9.9%)이나 노년층(4.1%)보다 안전 문제에 훨씬 민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지현 울산대 경찰학과 교수의 '1인 가구의 범죄피해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여성 청년 1인 가구는 남성보다 주거침입 피해를 볼 가능성이 11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 범죄 취약성이 높은 가구에 대한 대책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안전을 위한 추가비용이 여성 개인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1인 가구 여성의 경우 안전한 위치와 보안시설이 갖춰진 집을 선호해 상대적으로 높은 주거비를 부담하게 되는 데다 방범용품에 추가로 돈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염씨는 "건물 1층에 경비원이 있는 오피스텔을 구하려다 보니 집이 좁은데도 월세로만 60만원을 내고 있다"며 "안전을 위해 돈과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 근처에서 3년째 자취 중이라는 대학생 이혜승(21)씨도 "현관문에 이중 잠금장치를 설치하고 창문을 불투명 유리로 교체하면서 조금 억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며 "여성이라서 지출하는 안전비용은 사실상 핑크택스(pink tax, 같은 상품이나 서비스인데도 여성용이 더 비싼 현상)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국민 안전을 보장하는 건 국가의 의무인데 지금은 개인이 민간업체를 통해 각자도생하는 상황"이라며 "여성 대상 범죄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꼭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