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곤 aT 식품수출이사, 내 이름은 '신김치'

기고
신현곤 aT 식품수출이사
20여 년 전 필자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미국 지사에 근무했을 때다. 바이어와 통성명을 하거나 이메일을 주고받으려면 발음이 어려운 한국식 이름보다 친숙하고, 받아 적기 쉬운 영어 이름이 필요할 것 같았다. 톰, 피터, 존, 폴…. 많은 후보군을 떠올려 그중 하나를 사용해봤지만 밋밋했다. 특색 있으면서도 낯설지 않은 이름이 없을까. 고민 끝에 사람이 아니라 사물의 명칭을 쓰기로 했다. 대한민국의 대표 식품 아이콘인 ‘김치!’ 지금도 필자의 영어 이름 및 이메일 주소는 ‘kimchi shin’이다. 우리 식으로 하면 ‘신김치’인 셈이다.

김치 수출지원 업무를 담당하면서 제2의 이름으로 사용할 만큼 남다른 애정을 쏟았던 김치가 올해 수출 1억달러를 또다시 달성했다. 대한민국 대표 농식품으로 2004년 1억달러를 처음 돌파한 김치 수출은 수입국의 위생 문제 제기, 현지 생산 확대, 일본 편중 현상과 그에 따른 한·일 관계 악화 등으로 부침을 거듭하다 2015년 7400만달러까지 하락했다. 일본 외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다변화 노력, 현지산과 차별화한 제품 개발 등에 힘입어 2016년부터 재도약을 거듭한 끝에 1억달러 수출을 다시 이뤄냈다.개인적 사유뿐만 아니라 산업적 측면에서도 김치 수출의 의미는 각별하다. 김치와 K푸드가 ‘실과 바늘’ 관계이기 때문이다. 바늘 가는 곳에 실이 있듯 김치 있는 곳에 K푸드가 있고, K푸드 가는 곳에 김치가 있다.

김치의 매운맛은 한국산 소스의 수요를 넓힌다. 국산 라면의 인기가 김치 수출에 불을 붙이는 원리다. 이런 까닭에 김치 수출 1억달러 재진입은 더욱 반갑다. 김치는 세계 식품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이 무한하다. 세계 시장의 주요 트렌드인 건강·기능성·비건(vegan: 엄격한 채식주의)은 김치를 위한 맞춤 키워드다.

한국 김치의 효능에 대한 해외 언론의 관심과 찬사도 뜨겁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에서 ‘김치’를 내년의 글로벌 트렌드로 주목한 것이 좋은 예다.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한 정확한 마케팅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김치 주스 등과 같이 기발하고 다양한 상품이 지속적으로 개발된다면 김치 수출에 날개를 달 수 있다.김치 수출은 국내 김치산업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것이다. 한국의 김치산업 규모는 연간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김치가 생계적합형 업종에서 제외되면서 한정된 시장 수요를 놓고 업계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 김치 생산업체와 유관기관 간 상생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잠재적 수요처가 무궁무진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건 바람직한 활로 모색이다. 이를 위해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 추진과 같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김치는 한국 농식품의 맏형이다. K푸드의 대표주자로서 ‘새로운(新) 김치’ 시대를 활짝 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