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천사' 성금 절도범 제보자, 경찰 표창 받는다

"차량 번호가 담긴 메모 줘 쉽게 용의 차량 특정"
"제보자 직업이나 주소지 언급은 자제해 달라"

'얼굴 없는 천사'가 성금을 두고 간 곳으로 추정되는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뒤 '희망을 주는 나무'./사진=연합뉴스

'얼굴 없는 천사'가 기부한 성금을 훔쳐 간 피의자를 검거하는 데 도움을 준 주민이 경찰 표창을 받는다.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31일 "주민 제보로 쉽게 용의 차량을 특정하고 추적에 나설 수 있었다"면서 "차량 번호가 담긴 메모를 준 주민에게 범인 검거 유공 표창을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제보자의 신원이 밝혀지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판단해 직업이나 주소지를 언급하는 것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제보자는 전날 오전 10시 40분쯤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로 출동한 형사들에게 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줬다.

제보자는 "지난주부터 동네에서 보지 못한 차가 주민센터 주변에 계속 세워져 있었다"며 "아침에 은행에 가는데 차량 번호판이 휴지로 가려져 있어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차를 추적해 용의자들이 충남지역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하고 충남경찰청에 공조를 요청했다. 이어 A씨(35)와 B씨(34)를 범행 4시간여 만에 특수절도 혐의로 체포했다. 이들이 훔쳐 간 성금 6000여만 원도 되찾았다.

경찰은 피의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 신청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연말마다 노송동 주민센터를 찾아 남몰래 성금을 두고 가는 '얼굴 없는 천사'는 올해로 20년째 기부를 하고 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돈을 놓고 갔다"는 전화 목소리를 통해 기부자를 중년 남성으로 추정할 뿐 얼굴, 이름, 직업 등 신분은 모르는 상태다.

이 기부자가 두고 간 성금은 총 6억 834만 660원에 이른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