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경 신춘문예] 새에게 투사한 힘든 시절 자신의 마음…담백하게 드러낸 표현력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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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3
심사평수필 부문에는 총 391편의 작품이 응모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글쓰기의 욕망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한다는 사실이 한편으로 놀랍고, 한편으로 반가웠다.
정이현 소설가 / 서영인 문학평론가 / 정혜윤 에세이스트·CBS 프로듀서
이런 욕망이 좋은 수필을 쓰는 데는 장애가 되기도 한다. 물론 누구에게나 자신의 인생은 소중하기 그지없고, 그 인생을 반추하고 회고하고 정리하면서 얻는 기쁨과 깨달음은 글쓰기의 가장 큰 보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만으로 수필은 완성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응모작이 오로지 자신의 이야기만 하려고 한다는 점이,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 타인을 새겨 넣지 못한다는 점이 심사 과정에서 느낀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세 명의 심사위원이 응모작을 나눠 읽고, 그중 본심에서 논할 만한 작품을 추렸다. 최종적으로 논의된 응모자는 김영옥, 고안나, 조혜은이었다. 김영옥의 ‘인간 모루, 깜씨’는 ‘깜씨’라는 인물의 형상화가 돋보였다. 그러나 ‘깜씨’라는 그 자체로 매력적인 인물이 화자의 자기중심적 서술 때문에 충분히 살아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마지막까지 남은 응모자는 고안나와 조혜은이었다. 고민 끝에 심사위원들은 조혜은의 ‘새’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한 편의 글을 완성시키는 솜씨나 문장의 유려함 등에서 고안나의 ‘어떤 접속사도 없이 나는 웃을 것이다’나 ‘우리 지금 뭘 먹고 있는 거지?’도 좋았지만, 모두 대상에 대한 저자의 입장이나 시선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새’는 상대적으로 가장 단점이 적은 글이었다. 어리고 힘든 시절의 자신을 약한 새에게 투사하고, 그 새를 보는 것으로 삶을 위로받는 저자의 심리에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새가 위로의 대상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관조를 넘어서서 나와 다른 존재를 향해 저자의 시선이 더 뻗어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 글에는 ‘새’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드러내는 담백한 매력이 있다. 이런 매력 때문에 심사위원들은 ‘새’를 최종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