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플랫폼사업 독과점 규제는 신중해야

"쇼핑 플랫폼은 '시장 구분' 불가능
서비스별 독점 규제는 위험한 발상
자칫 토종 기업만 고사시킬 수도"

김민호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독점을 규제하는 목적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상품이나 용역의 가격·수량·품질 등 거래조건을 결정할 때 우월적 시장지위를 가진 사업자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라 하며, 이들에 대해서는 시정조치, 과징금 같은 규제권을 발동할 수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판단할 때는 시장점유율, 진입장벽의 존재 및 정도, 경쟁 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따라서 독점규제의 전제가 되는 것은 ‘구분(획정) 가능한 시장’의 존재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외 주요 인터넷 플랫폼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감시·규제하기 위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담팀을 구성했다고 한다. 인터넷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철저히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렇다면 ‘구분 가능한 인터넷 시장’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그 인터넷 시장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에 대해 공정위가 명확한 답을 찾았는지 묻고 싶다.2008년 공정위는 네이버(당시 NHN)에 대해 동영상 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남용했다고 2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2014년 대법원은 검색포털 시장과 동영상서비스 시장은 서로 다른 시장이므로 네이버의 동영상서비스는 시장지배적 사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시장획정도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규제권을 발동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웠다.

공정위의 인터넷시장 구분 기준도 일관성이 없다. 네이버가 인터넷포털 시장에서 사업자 지위를 남용했느냐에 대해 공정위는 “인터넷포털 시장에 먼저 진출해 선점한 업체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나게 돼 후발업체들이 쉽게 시장에 진입하기 곤란하다”며 네이버의 시장지배력을 인정했었다. 그러나 이베이의 G마켓 인수 건에서는 “오픈마켓 신규진입 비용은 오픈마켓 구축비용과 마케팅 비용 정도이므로 이 금액은 진입비용으로 절대적 수준이 크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신규진입은 적시에 이뤄질 수 있다”고 해 인터넷 시장에 대한 서로 모순되는 판단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베이 G마켓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느냐를 판단할 때는 “오픈마켓 운영시장은 사업의 특성상 인터넷 쇼핑몰로서의 인지도·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독특한 영업 노하우, 영업조직 및 운영프로그램 등 사실상 진입장벽이 존재해 짧은 시일 내에 당해 시장으로 신규진입이 용이하게 이뤄질 수 없다”며 오픈마켓이라는 동일한 시장에 대해 완전히 상반되는 입장을 내놓은 적도 있다. 비슷하거나 동일한 사건에서 공정위의 시장지배력 여부에 대한 판단이 오락가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배달앱 ‘요기요’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합병한 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앞두고 있다. 공정위가 이번에는 어떤 판단을 할지 주목된다. 국경 없는 글로벌 서비스가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다양한 서비스가 빠르게 결합·융합되는 인터넷시장 특성상 그 ‘시장’을 구분(획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백번 양보해서 인터넷쇼핑 시장을 구분(획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네이버의 쇼핑 플랫폼 ‘스마트 스토어’를 오픈마켓 시장으로 보고 규제의 칼을 들이대려는 공정위의 태도는 무모하기까지 하다. 스마트 스토어를 이용하는 판매자 대다수가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 SNS 등 다른 플랫폼을 함께 활용하고 있으므로 스마트 스토어를 오픈마켓 시장으로 구분해 시장지배력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논리에 맞지 않는다.

시시각각 변하는 융합서비스 시장을 서비스별로 구분해 시장 획정을 하고 규제권을 발동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지금 공정위의 행보를 보면 기업 혁신과 소비자 후생이라는 독점규제의 원래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인터넷시장에 대한 어설픈 규제는 토종 인터넷기업을 고사시키고 글로벌 기업에 우리 안방을 내주는 우를 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