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발사 달궤도선 이동경로, 중력이용 '전이궤도'로 변경

심우주통신 등 NASA와 협력…달 주위에선 원궤도로 1년간 운영

2022년 7월 발사될 우리나라 달탐사 궤도선을 달에 보내는 방식이 애초 계획했던 '단계적 루프 트랜스퍼 방식'(PLT)에서 연료효율은 높지만 훨씬 먼 거리를 돌아가는 '달 궤도 전이 방식'(BLT/WSB)으로 사실상 변경됐다.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최근 달궤도선 사업 협력기관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의 협의와 내부 기술 검토평가를 거쳐 WSB 방식으로 궤도를 변경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시행하기 위한 세부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달 궤도선은 달 주위를 돌며 지형관측, 착륙선 착륙지점 정보 수집, 우주 인터넷 기술 검증 실험 등을 진행하는 탐사선이다.

2016년 시작된 사업은 2022년까지 이어지며 총 1천978억원이 투입된다. WSB는 지구와 달, 태양의 중력을 이용해 궤도선을 달 궤도에 진입시키는 방법이다.

달-지구 거리(38만㎞)의 4~5배나 먼 심우주까지 나가는 먼 경로를 따라가지만 지구와 태양의 중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지구 주위를 3~4바퀴 돌며 점차 고도를 높이는 PLT 방식보다 연료 소모를 줄일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애초 궤도선을 PLT 방식으로 달에 보낸 뒤 달 주위에서 원궤도(100×100㎞)로 1년간 운영하려 했으나, 개발 과정에서 궤도선 중량이 계획했던 550㎏에서 678㎏으로 늘어 연료 부족 문제가 불거졌다. 일부 연구진은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지만 정부는 설계 변경 없이 달 주위 궤도를 수정하는 쪽을 택했다.

과기정통부는 작년 9월 궤도선을 달 주위에서 연료 소모가 적은 타원궤도(100×300㎞)로 9개월, 원궤도(100×100㎞)로 3개월 운영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연료소모를 줄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NASA가 이 변경안에 난색을 보이면서 재수정이 불가피해졌다. NASA는 달궤도선에 달의 영구음영지역(PSR·Permanent Shadow Region)을 비롯한 달 표면 이미지를 찍는 '섀도캠'(ShadowCam)을 탑재할 예정이다.

NASA는 섀도캠을 통해 2028년으로 예정된 달 유인탐사선 착륙에 필요한 정보를 확보할 계획이다.

NASA는 달주위 궤도를 원궤도에서 타원궤도 변경할 경우 섀도캠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해 항우연에 달 주위에서는 1년간 원궤도를 유지하는 대신 달로 가는 경로를 PLT 방식에서 WSB 방식으로 변경해 연료를 아낄 것을 제안했다.

항우연 연구진은 이후 WSB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WSB 방식의 실현 가능성과 궤도 변경이 궤도선 본체에 미칠 영향 등을 검토했다.

항우연은 이를 반영해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내달 중 상세설계를 마칠 계획이다.

3월에는 시스템 상세설계 검토 회의를 진행하고, 내년 상반기께 시스템 총조립 준비 검토 회의를 열 예정이다.

그러나 궤도가 재변경되더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WSB로 달에 갈 경우 궤도선의 연료를 줄일 수는 있지만 이동 경로와 시간이 길어진다.

PLT 방식으로 달까지 가는 데에는 한 달 정도가 걸리지만 WSB 방식은 이동경로가 훨씬 멀어 3~4달 정도 걸린다.

발사체가 궤도선을 목표점에 정밀하게 투입해야 하는 데다, 궤도선이 지구에서 150만㎞까지 멀어지므로 지상국과 통신을 위해 통신계도 보강해야 한다.

이런 기술적인 과제는 NASA와 협력해 풀어갈 방침이다.

특히 통신 관련 인프라는 NASA가 지원키로 했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궤도 수정에 따라 발사 방식 변경도 불가피해 발사 비용이 늘어나고 발사 시기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항우연은 달 궤도선을 발사하기로 한 미국 스페이스X와 이달 발사 관련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