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美대사관 앞 이틀째 반미시위…美해병대 최루탄 쏴(종합)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미 대사관 앞 텐트치고 "미군 철수" 연좌 농성
민병대 지도부 "미 대사관서 철수" 성명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바그다드 주재 이라크 대사관을 공격한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와 그 지지 세력이 1일에도 미 대사관 앞에서 이틀째 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은 대사관 외벽을 타고 넘어 안으로 진입하려고 시도하고 경비 초소, 안내 창구 등 외부로 노출된 시설에 불을 질렀다.

대사관 안쪽으로 돌과 화염병을 던지고 벽에 스프레이로 미군 철수와 대사관 폐쇄를 요구하는 반미 구호를 적기도 했다.

전날 미 대사관을 공격한 시위대 일부는 해산하지 않고 수백명이 대사관 앞에서 밤샘 시위를 벌였다. 미군도 31일 밤과 1일 새벽 아파치 헬기 2대를 동원해 시위대가 대사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명탄을 쏘며 경계 작전을 폈다.

1일 오후 시위대 규모가 커지고 영사 안내 창구가 불에 타자 미 대사관의 경비를 담당하는 미 해병대가 최루탄을 발사했다.

이라크 군경도 배치돼 접근하는 시위대를 막았지만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다. 시아파 민병대 지도부는 이날 오후 시위대에게 "당신의 메시지가 미국에 전달됐다"라면서 미 대사관 주변에서 철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일부 시위대는 대사관 부근 주차장과 공터에 텐트 50동을 치고 간이 화장실까지 설치해 장기 농성을 예고했다.

이들은 미국 정부와 미군이 완전히 이라크에서 철수할 때까지 미 대사관 앞에서 시위와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아침부터 미 대사관이 있는 그린존의 외부 방호벽 근처에도 수백명이 모여 미국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성조기를 불태웠다.
미군은 지난달 29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헤즈볼라의 기지 5곳을 폭격해 이 조직의 간부와 대원 25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쳤다.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와 이를 추종하는 시민 수천명은 31일 사망자의 장례식을 치른 뒤 미 대사관 앞으로 몰려들었다.

분위기가 고조하면서 이들은 경계 초소에 불을 지르고 출입문 1곳을 부숴 대사관 안쪽으로 난입하기도 했다.

미군은 앞서 27일 미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키르쿠크의 군기지에 로켓포 30여발이 떨어져 미국 민간인 1명이 죽고 미군 여러 명이 다치자, 그 배후로 카타이브-헤즈볼라를 지목하고 29일 전격적으로 공습했다.

카타이브-헤즈볼라는 로켓포로 공격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각국 외교 공관과 정부 청사가 모인 그린존은 방호벽으로 봉쇄돼 평소에는 허가 없이 출입할 수 없지만 31일엔 수천 명 규모의 시위대가 '무사통과'했다.

이라크 군경은 1일 그린존 접근을 엄격히 차단했으나 그린존 내부의 미 대사관 앞에서 밤을 새운 일부 시위대는 강제 퇴거하지 않았다.

알자지라 방송은 1일 "그린존 검문소의 군경이 어제보다 통행을 엄격히 제한했지만 시아파 민병대 대원은 들어가도록 했다"라며 "그들이 시위대에 줄 보급품을 나르는 것이 목격됐다"라고 보도했다.

이라크 정부는 미군의 시아파 민병대 기지를 겨냥한 폭격에 주권 침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자국 대사관이 공격당하자 31일 밤 "미 대사관 경계를 강화하고 미국인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쿠웨이트에서 바그다드로 해병대 위기대응 특별부대를 급파했다"라고 발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