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불출마 릴레이…"대표부터 내려놔야" 책임론 비등

"이대론 필패" 위기의식 확산…지도부 총사퇴, 비대위 전환요구
"독선과 극단주의로 흘러" 내부 비판에 黃 "큰틀에서 검토 필요"
자유한국당에서 황교안 대표 체제에 대한 불신임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새해 벽두부터 중진·재선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지도부가 보인 무기력한 모습에 대한 책임론이 함께 확산하는 형국이다.

한국당 4선 한선교 의원과 3선 여상규 의원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출마를 선언했다.

재선의 김도읍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지 이틀 만이다.한 의원은 "저의 이 작은 결심이 국민 여러분들의 변화 요구에 조금이나마 답을 하는 모습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 의원은 "당 지도부가 가진 것을 모두 내려놔야 한다"며 "황 대표든, 심재철 원내대표든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사 출신인 여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 강행 처리되는 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현 지도부가 물러나면 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선거를 치러야 한다.

여 의원은 "당연히 비대위 체제가 상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 전환 요구는 패스트트랙 정국을 지나면서 거세지는 양상이다.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에 실패한 것을 두고 "지도부 총사퇴하고, 통합 비대위나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영남권 중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는 정당과 국회, 나아가 정치 전반에 대한 무지와 무능을 드러냈다.

여기에서 비롯된 독선과 극단주의 쏠림으로 제1야당 회생에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렸다"며 "책임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 체제의 한국당이 '극우'와 대여 강경투쟁으로 일관한다는 목소리는 지난달 '태극기 부대'의 국회 난입 사건을 계기로 한층 커졌다.

"한국당이 전광훈 목사의 2중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황 대표가 현재로선 야권의 대선주자 중 선호도가 가장 높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10∼20%를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다.

당 지지율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황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경우 수도권은 궤멸에 가깝고, 충청권과 PK(부산·경남)에서도 '정권 심판론'이 먹히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PK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통합할 수 있는 비대위를 만들어서 빨리 새집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투톱'인 심재철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책임론이 제기된다.

패스트트랙 법안들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다는 점에서다.

취임한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데다 한국당의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것과 별개로, 원내 협상 구도에서 고립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주장에는 황 대표만 물러날 경우 심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으로서 비대위원장을 영입해야 하는 데 대한 의구심도 깔렸다.

한국당은 새누리당 시절 정진석·정우택 원내대표가 각각 김희옥·인명진 비대위를 꾸렸으며, 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나선 김성태 원내대표가 김병준 비대위를 구성한 바 있다.

황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신을 향한 책임론과 비대위 구성 요구에 대해 "그런 부분에 관해서도 큰 틀에서 검토들이 필요하다.

뭐가 나라 살리는 길인가에 대해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한 의원은 "(황 대표 취임 후) 첫번째 사무총장으로서 황 대표 체제에 힘을 더해주기 위해서라도 오늘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