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로 허리띠 조인 김정은, 지하경제 양성화로 돈줄 확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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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에 국가의 경제관리 및 재정 강화 주문…세금 인상 가능성
사회주의 경제체제 '복원'에 개혁 후퇴 우려…달성 불투명 5개년 계획 언급 없어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당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북한의 '새로운 길'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경제발전이다.특히 김 위원장은 각 경제 부문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국가가 경제를 더 강하게 관리할 것을 지시했는데 다소 모순돼 보이는 두 요구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한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과 국방력 강화로 난관을 극복하자는 '정면돌파전'을 새 투쟁 구호로 제시하면서 "정면돌파전에서 기본전선은 경제전선"이라고 밝혔다.
그는 "선차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는 경제사업체계와 질서를 합리적으로 정돈하는 것"이라며 "결정적으로 경제사업에 대한 국가의 통일적 지도와 전략적 관리를 실현하기 위한 강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특히 "중요한 경제과업들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집행력, 통제력이 미약"하다며 "국가경제사업체계의 중핵인 내각책임제, 내각중심제를 강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도들"을 제시했다.
이런 지시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등 그간의 개혁 조치로 시장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나 국가 통제를 벗어난 부분을 더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내각에 '국가재정 강화'를 지시했다는 점에서 정부 손이 닿지 않는 '지하경제'를 제도권으로 편입하고 세금을 제대로 걷어 대규모 국가건설사업과 국방력 강화 등에 필요한 재정을 확충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재정을 확충하려면 세금을 더 걷거나 국가(국영기업·군 소유 무역회사 등)가 직접 돈을 벌어야 하는데 후자는 강력한 제재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지금 시장화가 워낙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국가가 못 따라간다"며 "시장을 잘 관리해서 경제활력은 살리되 국가도 이익을 보겠다는 것이며 앞으로 지하경제에 대한 세금 징수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국가상업체계'와 '사회주의상업' 등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시급한 복원'을 지시했다는 점에서 시장개혁이 후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경제 부문을 '내각 사업이자 당중앙위원회 사업'이라고 규정해 경제관리에 대한 당의 개입 확대를 시사했다"며 "경제사업 체계·질서에서 '지난시기의 과도적이며 임시적인 사업방식을 계속 답습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해 시장화 개혁 후퇴를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경제관리를 개선하는 데서 불필요한 절차와 제도를 정리할 데 대한 문제"를 지적한 부분에서는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메시지도 읽힌다.
김 위원장은 "혁명적인 사상과 정신은 시대를 앞서나가야 하지만 경제사업은 현실에 발을 든든히 붙이고 진행하여야 한다"고 지적해 사상과 경제는 별도라는 인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의 변화를 보면 과거로의 회귀는 아니다"라며 "다만 국가가 관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정비하고 경제 효율성을 높이면서 국가 재정수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려는 듯하다"고 말했다.
시장경제의 후퇴는 아니더라도 김 위원장의 여러 지시가 양립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자력갱생으로 경제가 발전하려면 각 산업 부문의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데 이미 한계가 드러난 국가 주도 방식을 강조할 경우 민간 부문의 역량이나 혁신이 더 위축될 수 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내각중심제를 강조하면서도 노동당의 역할 강화를 지시하는 등 정말 모순된 내용이 많다"며 "내각중심제가 잘 안되는 이유가 당의 특권경제 때문인데 당 역할을 강화하면 특권경제는 손 못 댄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경제 부문에서 동시다발적 지시를 쏟아낸 이유는 그만큼 경제가 어렵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올해는 노동당 창건 75주년이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마무리되는 해로 가시적인 경제성과가 필요하지만, 전원회의 보고에 5개년 전략 달성이나 장밋빛 미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달성이 불투명한 5개년 전략 대신 "나라의 경제를 안정적으로, 전망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10대 전망목표"라는 표현이 등장했는데 조만간 북한이 새로운 경제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덕훈 내각 부총리와 김일철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을 정치국과 당 부서장에 임명해 경제담당 당 관료들을 전면 교체한 것도 어려운 경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한 조선중앙통신 영문 기사에서는 국문 기사와 달리 김 위원장이 어려운 경제 상황을 시인한 부분이 빠져 눈길을 끌었다.
"나라의 형편이 눈에 띄우게 좋아지지 못하고", "경제부문의 대응이 기민하고 원만하지 못하고 자력갱생한다고 구호만 외치면서", "내각이 자기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심각한 현 실태" 등 정부 실책에 대한 지적이 누락됐다.다만 부정적인 내용뿐 아니라 농업 생산확대와 과학기술 장려 등을 강조한 부분도 영문기사에는 일부 내용이 제외돼 영문과 국문이 다른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연합뉴스
사회주의 경제체제 '복원'에 개혁 후퇴 우려…달성 불투명 5개년 계획 언급 없어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당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북한의 '새로운 길'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경제발전이다.특히 김 위원장은 각 경제 부문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국가가 경제를 더 강하게 관리할 것을 지시했는데 다소 모순돼 보이는 두 요구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한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과 국방력 강화로 난관을 극복하자는 '정면돌파전'을 새 투쟁 구호로 제시하면서 "정면돌파전에서 기본전선은 경제전선"이라고 밝혔다.
그는 "선차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는 경제사업체계와 질서를 합리적으로 정돈하는 것"이라며 "결정적으로 경제사업에 대한 국가의 통일적 지도와 전략적 관리를 실현하기 위한 강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특히 "중요한 경제과업들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집행력, 통제력이 미약"하다며 "국가경제사업체계의 중핵인 내각책임제, 내각중심제를 강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도들"을 제시했다.
이런 지시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등 그간의 개혁 조치로 시장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나 국가 통제를 벗어난 부분을 더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내각에 '국가재정 강화'를 지시했다는 점에서 정부 손이 닿지 않는 '지하경제'를 제도권으로 편입하고 세금을 제대로 걷어 대규모 국가건설사업과 국방력 강화 등에 필요한 재정을 확충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재정을 확충하려면 세금을 더 걷거나 국가(국영기업·군 소유 무역회사 등)가 직접 돈을 벌어야 하는데 후자는 강력한 제재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지금 시장화가 워낙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국가가 못 따라간다"며 "시장을 잘 관리해서 경제활력은 살리되 국가도 이익을 보겠다는 것이며 앞으로 지하경제에 대한 세금 징수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국가상업체계'와 '사회주의상업' 등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시급한 복원'을 지시했다는 점에서 시장개혁이 후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경제 부문을 '내각 사업이자 당중앙위원회 사업'이라고 규정해 경제관리에 대한 당의 개입 확대를 시사했다"며 "경제사업 체계·질서에서 '지난시기의 과도적이며 임시적인 사업방식을 계속 답습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해 시장화 개혁 후퇴를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경제관리를 개선하는 데서 불필요한 절차와 제도를 정리할 데 대한 문제"를 지적한 부분에서는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메시지도 읽힌다.
김 위원장은 "혁명적인 사상과 정신은 시대를 앞서나가야 하지만 경제사업은 현실에 발을 든든히 붙이고 진행하여야 한다"고 지적해 사상과 경제는 별도라는 인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의 변화를 보면 과거로의 회귀는 아니다"라며 "다만 국가가 관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정비하고 경제 효율성을 높이면서 국가 재정수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려는 듯하다"고 말했다.
시장경제의 후퇴는 아니더라도 김 위원장의 여러 지시가 양립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자력갱생으로 경제가 발전하려면 각 산업 부문의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데 이미 한계가 드러난 국가 주도 방식을 강조할 경우 민간 부문의 역량이나 혁신이 더 위축될 수 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내각중심제를 강조하면서도 노동당의 역할 강화를 지시하는 등 정말 모순된 내용이 많다"며 "내각중심제가 잘 안되는 이유가 당의 특권경제 때문인데 당 역할을 강화하면 특권경제는 손 못 댄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경제 부문에서 동시다발적 지시를 쏟아낸 이유는 그만큼 경제가 어렵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올해는 노동당 창건 75주년이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마무리되는 해로 가시적인 경제성과가 필요하지만, 전원회의 보고에 5개년 전략 달성이나 장밋빛 미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달성이 불투명한 5개년 전략 대신 "나라의 경제를 안정적으로, 전망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10대 전망목표"라는 표현이 등장했는데 조만간 북한이 새로운 경제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덕훈 내각 부총리와 김일철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을 정치국과 당 부서장에 임명해 경제담당 당 관료들을 전면 교체한 것도 어려운 경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한 조선중앙통신 영문 기사에서는 국문 기사와 달리 김 위원장이 어려운 경제 상황을 시인한 부분이 빠져 눈길을 끌었다.
"나라의 형편이 눈에 띄우게 좋아지지 못하고", "경제부문의 대응이 기민하고 원만하지 못하고 자력갱생한다고 구호만 외치면서", "내각이 자기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심각한 현 실태" 등 정부 실책에 대한 지적이 누락됐다.다만 부정적인 내용뿐 아니라 농업 생산확대와 과학기술 장려 등을 강조한 부분도 영문기사에는 일부 내용이 제외돼 영문과 국문이 다른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