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한의 리스크관리 ABC] 보험업의 핵심은 '언더라이팅'

S화재, H해상, 도키오마린…. 주요 손해보험사의 사명이다. 해상보험과 화재보험의 시장점유율은 손해보험 비즈니스에서 3% 미만으로 미미하다. 그런데 왜 손해보험사는 OO화재, OO해상이란 이름을 쓰는 걸까? 해상보험과 화재보험이 손해보험 비즈니스의 효시이기 때문이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이탈리아 무역상인의 해상 위험을 담보하면서 모험대차(冒險貸借: 배를 저당해 항해 비용을 얻는 선박저당계약)가 생겨나고, 이를 바탕으로 해상보험이 개발됐다. 화재보험은 1666년 영국 런던시의 반 이상을 태워버린 런던대화재 참사 이후 등장했다.

보험은 가히 리스크 관리의 혁명이었다. 다른 어떤 리스크 관리 수단보다 과학적이고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그렇다면 보험은 이 세상의 모든 위험을 담보할 수 있을까? 아니다. 보험 비즈니스도 영리를 추구하는 만큼 돈이 안 되는 리스크는 취급하지 않는다. 보험사들이 인수하기 싫어하는 리스크는 어떤 것이고, 보험 처리에 바람직한 리스크는 어떤 성격을 가질까?
우선, 자동차 사고처럼 실제 많이 발생하고 비교적 동질적인 리스크가 좋다. 둘째, 소위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취약한 리스크는 절대 사절이다. 주식투자 손실 리스크와 도박 손실 리스크처럼 의도적인 손실 가능성이 크면 안 된다. 셋째, 예상 손실을 가늠하기 어렵거나 예상 손실이 막대한 리스크의 경우 보험사는 당연히 인수를 꺼린다.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나 전쟁 리스크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렇게 리스크의 성격을 분석해 인수 여부를 판단하고, 인수 리스크를 분류하며, 거기에 적정한 보험료를 부과하는 보험 비즈니스의 핵심 기능을 언더라이팅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이러이러한 리스크를 이러이러한 조건으로 인수한다는 내용 아래 보험사가 계약서 하단에 사인한다고 해서 언더라이팅(under-writing)이다. 그래서 언더라이팅은 보험과 동의어처럼 쓰인다.자연히 언더라이터는 보험 비즈니스의 리스크도 관리한다. 인수 리스크의 얼마만큼을 스스로 보유하고 얼마만큼을 재보험 처리할지 결정하니 보험 비즈니스의 핵심 전문인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최대 보험조직인 런던로이즈는 사실 개별 보험업자인 언더라이터들의 모임이다.

CPCU(미국 공인 손해보험 언더라이터), CLU(미국 공인 생명보험 언더라이터) 등 손해보험·생명보험 분야 언더라이터 국제 전문자격이 있다. CPCU의 경우 국내에 300명이 넘는 자격 소지자가 보험산업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장동한 <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아시아태평양보험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