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귀족 가문 소장 '고대 로마 조각상' 90여점 첫 공개

로마서 3월 특별 전시…기원전 제작 당시 형태 간직한 작품도 다수
그동안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2천년 역사의 진귀한 고대 로마 조각상이 조만간 세상에 그 존재를 드러낸다. 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ANSA 통신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로마 콜로세움 인근에 있는 카피톨리니 박물관은 오는 3월 로마 출신 귀족인 토를로니아 가문이 소장한 고대 로마 조각상을 특별 전시한다.

18∼19세기 번창한 토를로니아 가문은 이탈리아 여러 곳에 산재한 관할 영지에서 발굴했거나 다른 귀족에게서 사들인 고대 로마 예술품 620여점을 소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는 손상 없이 2천년 전 제작 당시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국보급 작품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이들 작품은 그동안 외부에 일절 공개되지 않았는데 토를로니아 재단이 이탈리아 정부와 수년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작년 극적으로 전시 계약에 합의하며 일반 대중에 그 자태를 뽐낼 수 있게 됐다.

'더 토를로니아 마블스'(The Torlonia Marbles)라는 이름의 이번 특별 전시에 선보일 작품은 기원전 5세기부터 기원후 4세기에 걸쳐 제작된 96점이다.

역사성과 예술적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선별됐다고 한다. 이들 중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태양의 신 아폴로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형상화한 조각품, 코모두스 하드리아누스·베스파시아누스 등 여러 로마 황제의 반신상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 전시는 내년 1월까지 계속된다.

이후에는 전 세계 순회 전시도 예정돼 있다. 세계 유수의 박물관으로부터 상당히 많은 전시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처음 공개되는 희귀 예술품들이 다수인 이번 전시에 대한 미술·고고학계의 관심도 상당히 크다.

미술·고고학 분야 전문가들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토를로니아 가문의 소장 작품을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1884년 작성된 소장 목록을 보며 어떤 작품일지 상상하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전시를 성사시키고자 공을 들인 다리오 프란체스키니 문화유산부 장관은 "토를로니아 가문이 보유한 조각상들의 예술적 아름다움은 말문이 막힐 정도"라며 "모든 소장 작품을 다 전시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가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