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초 당·정·단체 연합회의 개최할까…'대남메시지' 주목

매년 1∼2월 열어 대남정책 공개…'선미후남'vs'침묵기조' 선택 주시
북한이 올해 이례적으로 신년 대남메시지를 생략한 가운데 연초마다 열었던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를 통해 대남정책 기조를 밝힐지 주목된다.북한은 매년 1월 말이나 2월이면 최고지도자가 신년사에서 밝힌 대남정책의 이행 차원에서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를 개최하고 한 해의 남북관계 기조와 방향, 실천조치 등을 결정해 대외적으로 발표해왔다.

이 자리에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뿐 아니라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노동당 부위원장과 당 통일전선부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하곤 했다.

그러나 올해 신년에는 아직 남북관계에 대한 그 어떤 메시지도 나오지 않았다.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를 사실상 대체한 지난해 연말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 '보고'에는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전원회의 보고는 대미 외교 노선과 정책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며 집중됐지만 '북남(남북)관계'라는 단어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을 정도로 남쪽을 향한 메시지가 실종됐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미국의 대북 압박과 제재에 대응해 체제 수호와 경제발전을 위한 '정면돌파전'을 제시하고 북한이 이에 대한 대대적인 대내외 홍보전에 돌입한 만큼 연초 주요 정치행사를 건너뛰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부 관계자는 3일 북한 관영 매체들이 김 위원장의 지시사항을 강조하는 내용을 내보내고 있다며 "어려운 시기인 만큼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 등을 통해) 대내 결속을 다지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북한이 신년 대남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것은 대미 관계에 선택과 집중을 한 결과일 수 있다며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 등을 통해 대남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합회의가 열리더라도 현재의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반가운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한반도의 봄' 분위기 속에 열린 지난해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에서는 남북교류의 전면적 확대를 골자로 하는 대남 호소문이 발표됐다.

전체 4개 항으로 구성된 '전체 조선 민족에게 보내는 호소문'에는 "북과 남은 첫걸음을 뗀 북남협력과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여 서로의 이해와 신뢰를 두터이 해나가며 그 과정을 통해 민족의 화해와 단결을 적극 추동해나가자"는 화기애애한 내용이 담겼었다.

전제조건 없는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 용의를 밝힌 김 위원장의 신년사 기조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차가운 남북관계 기상도에서 지난해와는 180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면서 특히 한미 연합훈련, 대북제재에 대한 반발 수위를 고조시켜왔다.

정부 관계자는 "선미후남'(先美後南:미국과 대화 우선) 기조가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고, 양 교수는 북한이 남한을 "미국과 한 세트로 인식하고 있어 결국 압박(기조)은 (지난해와) 거의 유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에선 북한이 당 전원회의에서 보여준 '대남 침묵 기조'를 당분간 이어갈 수 있어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김 위원장이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단 한마디 언급하지 않은 것은 남북관계 진전 의지는 물론 관계 자체를 외면하겠다는 무언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금강산 및 개성관광 재개를 비롯해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포괄적 제안을 하며 남측의 호응을 촉구했으나 미국의 대북제재 공조 우선 기조 속에서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당 전원회의에서 (설령 대남 관련 논의가 있었다고 해도) 어차피 혹독한 (대남) 비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차라리 침묵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북한이 대내외적 상황에 따라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를 건너뛴 해도 일부 있었던 만큼, 올해도 이 회의를 생략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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