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조용히 받아' 노환중, 조국 딸만 3년간 콕 집어 장학금

공소장으로 본 부산대 의전원 특혜 의혹…복학 직후 장학금 지급방식 변경
검찰이 뇌물 등 11가지 혐의로 조국 전 장관을 기소한 공소장에서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양산부산대병원 재직 시절 조 전 장관 딸 조모 씨만 콕 집어 특혜성 장학금을 준 정황이 드러났다.3일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2013년 7월 모친 장례 부의금으로 외부장학금인 '소천장학금'을 설립한 노 원장은 2015년 2학기까지 5학기 동안 18명에게 2천800만원을 장학금으로 줬다.

학생을 별도 지정하지 않고 인원만 지정해 장학금을 전달하면 학교 측이 성적 요건이 되지 않는 가계곤란자에게 우선 지급하고 나머지는 성적우수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2015년 입학 이후 유급한 조 씨가 복학한 2016년 소천장학금 지급 방식이 바뀌었다.노 원장은 그해 3월 인원만 지정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장학금 수혜자 1명을 지정하는 것으로 장학금 지급 방식을 변경한 뒤 조 씨를 지정해 장학금 200만원을 지급했다.

조 전 장관은 장학금을 받은 딸이 다시 저조한 성적을 받자 노 원장에게 '여러 배려 덕분에 딸이 학기를 마쳤으나 다시 유급될까 봐 걱정'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노 원장은 간신히 유급을 면한 사실을 조 씨에게 알려주기도 했다.노 원장은 그해 8월에도 장학금 수혜자로 조 씨를 지정했는데 소천장학금 재원이 다 떨어져 사비로 200만원을 지급했다.
노 원장은 이후에도 4학기 동안 가까스로 유급을 면한 조 씨에게만 장학금 200만원씩을 개인 자금으로 지급해왔다.

이 과정에서 성적이 나쁜 조 씨가 연속 장학금을 받는 것에 불만이 제기되자 노 원장은 조 씨에게 "다른 학생에게 말하지 말고 조용히 타라'고 말했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위원회는 2017년 11월 성적우수자도 가계곤란자도 아닌 조 씨에게 계속 장학금이 지급되자 수혜자를 굳이 지정하려면 사유를 기재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수혜자를 지정하는 건 지양해달라는 권고를 내렸다.

하지만 노 원장은 다음 학기에도 조 씨를 지정해 사비로 장학금을 줬다.

조 전 장관은 번번이 딸에게 등록금 중 장학금을 뺀 금액을 송금해 내도록 해 딸의 장학금 수령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검찰 인식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취임한 2017년 5월 이후 딸 조 씨가 받은 3학기 장학금 600만원을 뇌물로 보고 뇌물수수 혐의와 동시에 공무원으로서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한 혐의(김영란법 위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노 원장은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이 양산부산대병원 운영이나 부산대병원장 등 고위직 진출과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뇌물 목적으로 장학금을 조 씨에게 건넸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 기소에 대해 조 전 장관 측은 "조 씨가 받은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이 뇌물이라는 기소 내용도 검찰의 상상일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앞서 지난해 8월 신상욱 부산대 의전원장은 조 씨 6학기 장학금 수령에 대해 "특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서도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